대한체육회 부회장 박찬숙, 인권위에 성차별 고용 진정서 제출
2014소치동계올림픽 ‘여성파워’, 국내선 여전히 성추행 논란
불과 7년 전의 일이다. 2007년 체육계는 여성선수에 대한 성폭력 및 성추행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발단은 우리은행 한새여자프로농구팀 선수 A(당시 22세)씨가 소속팀 감독인 박명수(당시 45세) 전 감독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4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던 박 전 감독은 소속팀 선수 A씨를 호텔 방으로 불러 성추행을 시도했다. 반나체 상태에서 침대에 누워 A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 뒤 "내 배에 올라와라"라고 말했다. 다행히 소속팀 매니저가 당시 문을 두드려 성폭행은 우선 피했다. 하지만 20분 뒤 감독은 다시 A양을 방으로 불렀다. 박 전 감독은 2003년 4차례나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가하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가는' 감독이었다. 소속팀 일개 선수들에겐 신이나 다름없던 존재였다.
여성신문은 이 사건을 발단으로 스포츠계 전반에 걸친 여자 선수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재조명했다. '스포츠계 인권은 없다' 기사에서 "스포츠계는 유독 여성선수에게 인색했다.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4연승을 거둔 펜싱의 남현희 선수는 속눈썹이 눈을 찔러 쌍거풀 수술을 했다가 선수 제명 위기를 겪었다. 역시 펜싱의 이명희 선수는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소속팀 경기체육회로부터 해고조치를 당했다. 농구 스타인 신한은행 소속 전주원 선수도 결혼, 출산으로 6년간 코트를 떠나있어야 했다"고 여성선수들이 남성선수들과 다른 잣대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현실을 전했다. (2007.6.22, 934호)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이자 1984년 로스앤젤레스서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인 박찬숙(55·당시 대한체육회 부회장) 이아이팩 대표는 6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남성 감독 위주로 된 여성 선수들의 인권을 우려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국가인권위에 '성차별에 따른 고용 차별'을 문제삼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 대표는 3월과 5월 연거푸 감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상태였다. 동시대에 활약한 남성 선수들은 벌써 10년 전부터 감독을 맡고 있었다.
그는 '여성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물론 고민을 많이 했다. 농구계에서 왕따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후배가 희생되는 것을 보고도 '안됐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선배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뒤 반강제로 퇴출당하거나 성폭행의 충격으로 자살까지 시도한 선수들이 있다"며 "어느 팀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당시 여자 선수 성폭행 방지와 여성 지도자 육성을 위해 미국처럼 감독 30%, 코치 80%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7.6.22, 934호)
스포츠계 '여성파워', 7년 째 제자리 걸음
여성신문이 같은 제호 '형님끼리 스포츠계 말아먹는다' 기사에서 실제 현역 여성 감독을 파악해 본 결과 여성 스포츠인들의 활약에 비해 지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조사결과 우리나라에 여성 프로팀이 있는 종목은 농구(6팀)와 배구(5팀) 2개 종목에 불과하다. 이들 팀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 22명 중 여성은 단 한명(우리은행 농구팀 조혜진 코치)이었고 실업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화관광부(장관 김종민)는 같은 해 11월 '체육계 성폭력 근절 종학대책'으로 여성 선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내년 3월 발표하기로 했다. 이 조사는 프로스포츠팀과 직장 운동부에 소속된 여성선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여성감독, 코치는 면접조사를 진행한다. 16개 종목 여성선수 1500여명이 대상이었다. (2007.11.9, 955호)
2008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성폭력 근절대책으로 △성폭력 지도자 영구제명 조치 △선수 접촉·면담 가이드라인 수립 △체육계 통합 성폭력 신고센터 설치(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 △‘여성 지도자 할당제’ 도입 △상시 합숙훈련 개선 △체육지도자 자격 강화 △체육지도자 아카데미 운영 등을 발표했다.
대한체육회가 2010년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1~10월) 신고 된 성폭력 사건은 75건이었지만, 이중 관계 기관에서 가해자를 징계한 사건은 2건에 불과했다. 선수 등록규정에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으나 교육을 받은 선수 및 감독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2013.8.15, 1251호)
2014년 오늘날 체육계는 어떤가. 지난 2월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선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쇼트트랙 박승희, 조해리, 심석희 선수가 메달을 땄다. 체육계 ‘여성파워’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두 달도 안 돼 경기도 화성시청 쇼트트랙 감독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상태. 현재 소속팀 여자 선수단과 감독이 맞고소 했다. 체육계 인권은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여전히 여자 선수들의 창창한 앞날이 7년 전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