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도전… 경선 과정서 탈락한 김영선 전 의원
“더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아쉽다. 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자평한다. 정계에서 여성 정치인이 겪는 유리벽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던 김영선(54) 전 국회의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찼다. 그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남경필‧원유철·정병국 의원과 열띤 경합을 벌였으나 경선 과정에서 출마의 꿈을 접었다. 최강자로 평가되는 남 의원과 경선에서 맞설 예비후보 1인을 선택하는 여론조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6·4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한 여성은 이혜훈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전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조배숙 전 의원, 김 전 의원이었다. 조 전 의원도 앞서 사퇴했다.
15~18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경쟁력 있는 여성시대가 와야 한다. 여성 대통령-여성 광역자치단체장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출마했으나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정치참여의 문을 넓히기 위해 정당의 여성 공천 시 여성비율 30%,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의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 도입에 앞장섰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여성전진네트워크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제는 보육 중심의 사회구조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초중고·대학생 자녀를 둔 여성을 중심으로 사회제도가 재편될 필요가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통해 이런 어젠다를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강한 경제, 따뜻한 복지의 경기도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여성이 광역자치단체장이 돼야 한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의 여성 진출을 원활하게 하게끔 물꼬를 트려면 언젠가 여성이 반드시 광역자치단체장에 오를 필요가 있다.”
김 전 의원은 “경선 과정을 통해 어르신 기초노령연금의 즉시 지급을 공론화하고, 새누리당에서 여성 10% 가산점을 따낸 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월 26일 국회에서 발표한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해야 한다’는 성명에서 ‘실질적인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여성 우선추천지역 선정제 대신에 기초선거든 광역선거든 공천 신청을 한 모든 여성에게 일정한 가산점을 주고 경선에 참여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여성 가산점이 10%밖에 안 돼 정치 신인인 여성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에 대해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가산점 10%는 도저히 안 된다, 2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여성계에서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여론을 형성하면 다음 선거에선 가산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초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은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데 광역자치단체장에게는 가산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얇은 유리벽이다. 여성 우선추천지역을 확대하려다가 남성 의원들이 반발하니까 결국 덮고 말았다. 이런 유리벽이 여전히 정계에 남아 있다. 유리벽은 얇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교묘하다. 그런데 굉장히 질기다.”
그는 “정계의 여성 진출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여성 선출직이 늘어나야 여성 임명직도 따라서 늘어난다. 심지어 기업의 고위직도 확대되더라”며 “언론의 편파성은 가장 큰 장애”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