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생겼다고 성별 검사?
여자축구 선수 박은선(28·서울시청)이 2014년 아시안컵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4년 만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지난해 ‘성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박은선은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축구 여왕의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근육량이 많고 외모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박은선을 둘러싼 ‘성별 검사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동료 선수들과 서울시청에서 발끈하고 국가인권위에서 ‘성희롱’으로 결론 내며 사태는 정리됐으나 선수가 받았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박은선은 지난해 자신에게 성별 검사를 의뢰한 여자축구 6개 구단 감독들을 용서하기에는 자신의 상처가 크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여성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성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박은선’이 될 수 있다. 그의 ‘성별 논란’은 여성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가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듯, 같은 논리로 다양한 여성이 공존한다. 선머슴 같은, 힘이 센, 몸집이 큰, 목소리가 낮은, 남성보다 실력이 출중한 여성 모두 여성이다.
실력이 월등하고, 몸집이 가냘프지 않다고 여성성을 무시당한다면 그것은 폭력이자 인권 모독이다. 같은 이유로 키가 작고 운동신경이 조금 떨어지는 남성에게 “여자 아니냐”고 말하는 것 역시 폭력이다.
박은선은 그런 폭력에 맞섰다. “나는 운동할 때 가장 행복하다. 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고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선수의 바람에 윤덕여(53)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응답했다. 윤 감독은 2014년 아시안컵 출전 명단에 박은선을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경기력에 초점을 맞췄다”며 “박은선이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좋은 경기력를 보여줬기 때문에 발탁하게 됐다. 지소연 등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선의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평가한다는 메시지다.
명실공히 한국 여자 최고 스트라이커인 박은선은 올 시즌 6경기에서 7골을 몰아 넣으며 ‘골잡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럼에도 변수는 있다.
국내에서는 박은선의 ‘성별 논란’이 마무리됐지만 외국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FIFA 규정 16조에 따르면 상대 팀 감독이 선수 성별 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아직 문제 제기를 해온 국가는 없으나 선수나 팀 사기를 떨어뜨릴 전략으로 경기 직전에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0년 아시안컵에서도 중국 팀이 경기를 앞두고 박은선의 성별 검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박은선이 무거운 짐을 내려두고 그라운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