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부통령 후보 하비바 사라비

남성들의 위협 속에서 투쟁하는 여성 선각자
간통혐의 여성 돌로 쳐죽이는 악법 철폐 공약
탈레반하에서도 비밀리에 여성 교육 진행

 

2003년 파리에서 열린 성평등 관련 회의에 참석한 하비바 사라비(가운데)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2003년 파리에서 열린 성평등 관련 회의에 참석한 하비바 사라비(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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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WGE
여성리더십은 그 사회의 성평등 발전 정도에 따라 선진국형과 개발도상국형, 후진국형으로 나뉜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선진국형으로 별다른 특혜나 차별 없이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해 탁월성으로 인정받은 리더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하비바 사라비(58)는 성평등 후진국에서 남성들의 분노와 위협 속에서 여성에게 공정한 사회를 위해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선각자로 순교자형이다. 외유내강형, 전문가형, 여장부형으로 나눈다면 단연 출중한 용기와 결단을 보이는 여장부형이기도 하다.

1994년 결성돼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다 9·11 테러 이후 국제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숨겨준 이유로 미군과 영국군의 합동 공격으로 붕괴한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력과 학대로 악명이 높다. 12세에 결혼해 남편과 시댁의 매질을 견디다 못해 도망쳤다가 남편에게 코와 귀를 잘린 끔찍한 비비 아이샤의 모습은 처참한 여성의 지위를 잘 보여준다. 탈레반의 잔혹함은 2007년 한국인 23명이 납치돼 그중 두 남성이 살해된 사건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 의하면 천국은 한 남성이 72명의 처녀들을 마음껏 즐기는 곳이다(코란 55:76). 수니파 근본주의 탈레반 아래서 여성들은 8세 이후 교육을 받지 못하고 16세 이하에 결혼하도록 독려되기도 하며, 외출할 때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부르카를 항상 입고 남성 친척이 동행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매질을 당할 수 있다. 여성은 밝은 색 옷을 입거나,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서도 안 된다. 실업률 35%에 국민의 36%가 절대빈곤층인 극빈국 아프가니스탄은 헤로인 제조에 사용되는 전 세계 아편 소비량의 대부분을 공급하며 전체 국민의 8%가 마약에 중독돼 있기도 하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12년 여성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국가로 아프간을 꼽았다.

이러한 성평등 후진국에서 여성 정치가가 된다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4월 5일 실시된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이 지지하는 전 외무부 장관 잘마이 라술 후보의 제2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하비바 사라비는 지상 최악의 반여성 국가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목숨을 건 순교자의 길을 가는 여성 리더다.

4남1녀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아들만을 선호하는 아버지에게 이유 없이 매를 맞고 학대당하며 성장했다. 학교에서도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위압적이고 폭력적이었다. 하비바 사라비는 남자 형제들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해 늘 1등을 했지만 아버지는 결코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와 삼촌의 독려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인도에 유학해 혈액학을 공부했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개화된 남편과 결혼해 2남1녀를 두었으며 아들딸 차별 없이 교육시켰다. 탈레반 정권이 여성교육을 막자 자녀를 데리고 파키스탄에 가서 교육시켜 그 딸은 지금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공부를 하고 있다.

교육에 여성의 미래가 있다고 본 사라비는 탈레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80개 강좌의 여성교육을 비밀리에 제공했고,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 여성들에게도 교육을 제공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종식된 후 신헌법 22조는 성평등을 명시했고, 미국의 1000억 달러(약 1000조원)에 달하는 원조의 상당 부분이 여성의 교육에 투입됐다. 사라비는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부 장관(2002~2004)과 문화교육부 장관을 지내면서 여성교육에 매진했다. 2005년에는 최빈곤 도시인 바미얀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로 임명됐다.

그는 최빈국·최빈곤 도시 마을에 공동체 회의를 만들고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게 했다. 여성교육을 강조해 각급 학교 재학생의 절반이 여성이 됐다. 수많은 강제 조기 결혼을 막기도 했다.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회의 중 휴대폰이 울리면 벌금을 부가해 회의 문화를 바꾸기도 했다. 뉴질랜드로부터 관광산업 개발에 100만 달러의 기부를 받고 작은 비행장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발전시켰다. 그가 개발한 최초의 국립공원 벤데아미르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호수 6곳이 있고 그랜드캐니언과 겨룰 만한 웅장한 석회석 전경을 볼 수 있다. 사라비는 쓰레기로 가득찬 호수를 정화하고 동력선 서비스를 중지시켰으며 호수 주변의 식당과 상점들을 헐어 2008년 타임매거진에서 환경영웅상을 받았고,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지난 1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초등학교 진학률은 2001년 40%에서 2010년 80%로 두 배로 올랐고, 지방의회 전체 의석의 20%를 할당하는 법률이 통과됐으며, 이제 여성들은 경찰과 군대에도 취업하고 있다. 25% 할당제 도입으로 국회의원의 27%가 여성이고, 여성 장관이 3명이니 그 면만 본다면 성평등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하겠다.

올해 대선에서 사라비가 내건 공약 중 하나는 근거 없는 간통 혐의로 여성을 돌로 쳐죽이는 악법을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20년은 있어야 여성 대통령이 가능하겠지만 대권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대선 결과는 5월 14일 발표되며 결과에 따라 28일 결선 투표가 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는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결선투표제가 있어 부통령은 못 되더라도 내각에 등용될 가능성은 크다.

사라비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가시밭길이다. 언제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고 여성을 억압할 수 있다.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마저 그녀에게 온갖 악담을 퍼붓는다. 그러나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바꾸고 있으며 여성도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롤 모델로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외롭게 개척해가고 있다. 한국의 글로벌한 여성운동은 이러한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여성리더 훈련을 제공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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