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노동자 모성 보호 협조 요청
병원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뒷짐만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이 비정규직 간호사 A씨가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후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본부는 15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비정규직 임신 간호사 해고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보라매병원 간호부 관리자들이 A씨의 복직을 바라며 서명한 간호사들이 누구인지 추적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입단속을 시키고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수차례 병원 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A씨가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간호사는 업무 특성상 스케줄 표를 짜야 하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몰랐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거듭 비판했다.
아울러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나 서울시가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서울시 역시 책임이 있다”며 “인권변호사 출신의 박원순 시장이 나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12월 무기계약직 전환 3개월을 앞두고 재계약이 불발됐다. 표면상으로는 평가 점수가 낮아 재계약 성사가 안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A씨는 병원이 임신을 이유로 재계약 심사 때 평가 점수를 이전보다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함께 일하던 간호사들 역시 A씨 해고를 철회하라는 서명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A씨는 서울시청과 여성가족부를 오가며 보라매병원 복직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 2일 이번 사태의 책임 기관인 보라매병원과 서울대병원에 여성의 임신·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성보호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금순 여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현재 병원과 노조 측에서 A씨를 채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련 기관에 남녀고용평등·근로기준법 준수 협조 공문을 재차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전반에 관한 운영 실태를 점검하면서 A씨의 사례를 조사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24일 임신한 지 12주가 지나지 않았거나 36주를 넘어선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하루 2시간씩 단축한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보라매병원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장회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시립병원운영팀장은 “보라매병원 관계자에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라고 권고는 했다”면서도 “서울시가 관리·책임을 맡고는 있지만 인사권은 보라매병원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사실상 병원 측에 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보라매병원은 A씨가 임신했기 때문에 해고한 것이 아니라 업무 평가가 낮게 나와 계약이 불발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여가부가 2주 전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해선 “확인해보겠다”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