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불가피" VS "본질은 간첩수사"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과 담당 검사 2명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여야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건의 본질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간첩인가"하는 문제라며 검찰의 판단을 수긍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등 야당은 수사결과를 비판하며 특검을 요청했다.
14일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탈북 화교 유우성씨의 북한 출입국기록을 조작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 모 처장과 선양 총영사관 이 모 영사를 모해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검찰 수사 중 자살을 기도했던 국정원 권 모 과장은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 "사건의 본질은 서울시 공무원 유씨가 간첩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가려내는 데 있다"며 "국정원은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법원 측에 협조할 일이 있다면 적극 나서 진실 규명에 앞장서고,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자정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의 특검 수사 요청에 대해선 "특검 운운하며 이번 사건을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정연 이윤석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수사결과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실무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돼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줬다"면서 "이번 사건의 해법은 오직 특검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고 강조했다.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검사 2명 역시 무혐의로 수사종결된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두 검사에 면죄부 주기로 일관함으로써 국정원 개혁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의 필요성도 여전한 과제임을 스스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고래심줄보다 질긴 남재준 국정원장의 지위는 끄떡없었다"면서 "공안 조작 사건이 팀장 한 명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과연 어떤 국민이 믿겠나. 이번 간첩조작 사건의 전모는 드러날만큼 드러났다.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와 그를 둘러싼 권력의 조직적 지원이 없었다면 이같은 사건이 벌어질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검찰은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확인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대한민국 검찰은 사고 친 국정원 뒷수습이나 해주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정원 증거 조작' 사건은 지난 2013년 1월 드러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사건 당사자인 탈북 화교 유우성씨의 북한 출입국 기록을 조작한 사건이다.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출입경 기록이 위조됨에 따라 이 사건은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으로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검찰은 유씨에 사기 혐의를 추가하며 공소장을 변경해 제출했고 지난 11일 서울고법은 결심공판에서 유씨에 징역 7년 실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