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jpg

~21-1.jpg

20세기를 마감하는 이 즈음, ‘사이버’‘테크노’란 단어가 문화

계를 장악하고 있다. ‘사이버’와 ‘테크노’는 언뜻 보면 별 연관

성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혁신적인 발전으

로 가능하게 된 ‘사이버 스페이스’와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전자장비를 이용해 ‘비트’를 단위로 무한정 변주가 가능한 ‘테크

노 음악’은 정보화·기계화가 만들어낸 문명 전환의 징후로서

‘이란성 쌍생아’와 같은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반복’과 ‘아나키’적 성향의 ‘테크노’각 문화장르 강타

10대 소녀가 보드 위에서 컴퓨터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고 있다. 남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요즘 한

창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댄스 레벌루션(DDR)’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종로나 신촌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번화가의 오락실에서 자

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친구가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컴퓨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4만원

정도면 장비를 구입할 수 있어 DDR 열풍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

인다.

양손을 벽에 붙인 듯한 자세로 고개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들어대

는 이른바 ‘도리도리춤’. 99년 하반기 전국에 불어닥친 ‘테크노

춤’의 일종이다. 멜로디나 가사는 최소화하고 음을 컴퓨터로 잘게

쪼개 반복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아무 동작이나 마음대로 반

복하는 테크노춤은 디지털 세대를 읽어내는 중요한 아이콘이다. 홍

대 앞이나 압구정동에는 테크노 음악을 밤새 틀어놓고 제멋대로 몸

을 흔들어 대며 즐기는 테크노 클럽이 성업 중이다.

테크노 열풍은 춤이나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광고, 문학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매트릭스'는 최초로 테크노 음

악을 사용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현란한 디지

털 영상의 옷을 입은 '매트릭스'는 마릴린 맨슨의 인더스트리얼록

과 같은 테크노풍 음악으로 다가올 디지털 세상에 대한 암울한 전망

을 드러내 O.S.T 역시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톰 티크베르 감독의 영화 '롤라 런'은 배경음악뿐 아니라 형식마저

테크노적이다. 마니의 애인 롤라는 20분 안에 10만 마르크를 구해야

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그런 큰돈을 구하기에 2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은행가인 아버지에게 달려가 보지만 정부와 밀담

중이던 아버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돈을 구하지 못한 롤라의 애

인은 죽음으로 끝을 맺을까? 롤라는 시간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 다

른 방식을 택하기로 한다. 이번에는 권총을 들고 슈퍼마켓으로 향한

다. 이것도 실패하자 다시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린다. 결국 롤라가

처한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세 가지 버전의 행동이 영화의 내용이

다. 평면적이고 2차원적 사고로는 불가능한 해결 방식이다. 테크노

음악의 빠른 박동수와 맞물려 영화는 묘한 긴장감과 스피드를 선사

한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도 국내 테크노 음악의 선두주자인 DJ 달

파란(‘삐삐롱스타킹’리더 강기영)씨의 테크노 음악이 배경음악으

로 사용되고 있다. 연출가 김아라씨가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형태씨

와 손잡고 기획한 '햄릿 프로젝트' 역시 ‘테크노’를 빼놓고 이야

기 할 수 없는 실험극. '햄릿'을 테크노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라이

브로 연주되는 테크노 음악이 세기말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관객

을 사로잡는다. 패션에도 차가운 금속 소재를 사용한 ‘테크노 룩’

이 인기다. PCS폰 ‘LG 사이언’광고의 송윤아가 입고 있는 복장,

배경음악, 춤 역시 테크노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다.

익명·아마추어적 ‘사이버문화’

정보화사회 키워드

통합정보통신망(ISDN)의 구축은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전 세계

를 하나의 통신체계로 통합하고 있다. 이제 컴퓨터, 비디오, 팩스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일상적 환경이 되어 버렸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른바 ‘사이

버 문화’. ‘사이버’란 접두어는 정치, 경제, 문화, 저널리즘, 섹스

등 온갖 분야에 걸쳐 사용되며 N세대가 주도할 정보화 사회의 거대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사이버’의 속성을 가장 먼저 그리고 활발하게 받아들이고 응용하

고 있는 장르는 문학과 저널리즘 분야이다. 국내에선 1989년 이성수

가 PC통신에 SF소설을 연재하며 시작된 사이버 문학은 전통적인

작가와 독자의 역할분담, 즉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의 산물을 활자화

하여 독자에게 내놓고 독자는 읽고 감동하고 끝인 일방통행이 아니

라 작가와 독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특징을 지녔다. 또 종전에는 등단이라는 과정을 통해 작가

로 활동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아마추어도 얼마든지 자신의 목소

리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사이버 문학의 빠른 확산을 가능케 했

다.

웹진들의 활발한 창간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는 현상이다. '

스키조'(http://www.truenet.co.kr/schizo/ default.htm)를 필두로 형

성되기 시작한 사이버 저널리즘은 '딴지일보'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아마추어들에 의한 ‘비주류 정신’을 무기로 네티즌 사이에

막강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향력 있는 인쇄매체들이 속속 자매지

격인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의식한

결과이다.

또 얼마 전 얼굴은 드러내지 않고 통신 등에 사이버 가수로 활동하

며 큰 인기를 누리는 조PD에 이어 오디시라는 사이버 가수가 등장

한 것이나 ‘아담’‘류시아’‘사이다’등 가상의 사이버 가수, 지

난 6월에는 국내 최초로 열린 ‘사이버 가요제’, 젊은 층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는 MP3도 음악 장르의 변화 방향을 암시하는 징후

로 읽을 수 있다.

사이버 범죄, 인간소외 해결 등 과제 산적

‘테크노’의 가장 큰 특성은 ‘반복’이지만, 그 이면엔 ‘이데올

로기 진공상태’라는 아나키즘적 성향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타

인의 참견도 싫고 복잡한 사상도 싫다. 오로지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된다. 세기말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

어지는 이런 성향이 선풍적 인기의 요인이자 다양한 장르에 차용되

는 이유다.

한편 ‘사이버 문화’의 키워드는 ‘익명성’과 ‘아마추어리즘’

이다. 물론 아직은 인터넷이나 PC통신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

상’에 주목하는 단계이고 개념도 명확히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머지 않아 사이버 문학전문지 '버전업' 발행인 이용욱씨의

말처럼 정보화사회의 패러다임인 “활자에서 비트로, 평면에서 입체

로, 상상력 중심에서 기술력 중심으로 전이된 새로운 형태”로 변화

할 가능성이 높다.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문화수용자들의 다양한 감성과 요구가 만들어

낸 이들 문화적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로 보인다. 그러

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는 테크놀로지의 속도를 가늠할 수 없

듯 이들 문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섣불리 전망하지 못한다.

부작용도 심할 것이다. ‘익명성’을 무기로 사이버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와 일탈을 제어하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격일 수도 있

다. 방향성 없는 아나키즘적 성향도 극도의 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

는 소지가 높다. 인간의 창의력보다는 기술력이 모든 것에 우선할

때 닥칠 또 다른 의미의 인간소외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이

버’와 ‘테크노’의 겉모습에 취하기보다 새로운 천년을 맞아 알맹

이를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것도 그러한 이

유에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