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이 경영 방식 바꾼 까닭

지난 1996년 미국 뉴욕에서 발간된 시사 화보 잡지 라이프(Life)에는 12세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으로 나이키는 일약 아동노동 착취 기업으로 지탄받게 되고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매출이 극감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제품만이 아니라 기업 경영 방식을 알게 되면서 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고 구매에 대한 기준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인도의 수자원을 착취하는 기업’, 로레알은 ‘잔인한 동물실험을 자행하는 기업’, 스타벅스는 ‘가난한 생산자들을 착취해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들이는 기업’ 등과 같이 기업 경영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들 기업은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게 되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대응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일찍이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예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기업의 경영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매킨지였다. 매킨지는 ‘경쟁의 새로운 규칙 형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적어도 몇 번 정도는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감안하는 윤리적 소비자 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이 계층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킨지는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상품 자체만이 아니라 브랜드 뒤에 제품 뒤에 실제로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 행위에 주목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매킨지의 충고를 유념하면서 소비자의 평판에 민감하게 대응해 변화한 기업들도 있다. 루이뷔통은 2005년부터 비닐 포장 대신 재생용지 포장을 늘리고 가능한 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비행기보다는 선박을 이용해 제품을 수송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프렝탕백화점, 구치 등을 거느리고 있는 PPR그룹은 그룹 내 모든 소매점에서 공정무역 제품 취급을 늘리고 있다. 영국의 막스앤스펜서는 모든 티셔츠와 양말에 공정무역 면을 사용하고, 유전자조작식품이나 첨가제를 넣은 식품, 살충제 등은 일절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마켓는 로브스터나 게 등 갑각류에게도 고통을 느끼는 감각이 있으므로 2005년 매장 전체에서 갑각류의 판매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들의 변화는 기업의 자발적 전환이기보다는 그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들의 욕구에 맞추려고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변화는 기업 경영의 전반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인 기업을 선호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의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며 동물을 상대로 비윤리적 실험을 하거나 불필요한 고통을 주며 잔인하게 도살하거나 유통하는 기업들을 비난하는 소비자운동인 구매운동을 실천하게 되면 기업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그에 걸맞게 기업을 경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한 지 1년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시장인 유럽에서 화장품 동물실험과 동물실험이 시행된 화장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지난 1년간 여러 국가들이 변화하고 있다. 인도와 이스라엘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동참했고, 중국도 연간 30만 마리의 동물을 화장품을 위해 희생시키던 관행을 바꿔 지난 6월부터 자국 생산 화장품에는 대체실험법을 인정하기로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화장품 동물실험을 허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성인 남녀 1000명을 설문한 결과 70.2%가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실제 화장품 동물실험을 했는지 살펴보며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소비자의 행동이 먼저 바뀌어야 기업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