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한국 리듬체조 역사 새로 쓰다

손연재가 리스본 월드컵 4관왕에 오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 손연재는 또 시니어 월드컵 무대 첫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렸다. 리듬체조 요정에서 여왕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한국 사상 최초 4관왕…시니어 무대 개인종합 우승 처음

손연재(20·연세대)는 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4 국제체조연맹(FIG) 리스본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서 볼 17.500점, 곤봉 17.450점, 리본 17.150점을 획득하며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후프 종목에선 17.500점을 따내며 동메달을 획득해 전 종목 메달 획득 쾌거를 이뤄냈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개인종합 결선에선 후프 17.900점, 볼 17.800점, 곤봉 17.550점, 리본 17.950점을 받아 합산 점수 71.200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 종목 17점 후반대에 유일하게 총점 70점을 넘어섰다. 

손연재가 주니어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한 적은 있지만 시니어 월드컵에서 개인 종합 메달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 4관왕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다. 손연재는 또 지난해부터 7개 대회 연속 월드컵시리즈 메달 행진을 이어가며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악성 댓글 속 값진 성과…유럽 선수 앞지르기 위해 프로그램 난도‧훈련량 ↑

그녀의 선전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노력의 결실이었다. 평소 잦은 실수가 있었던 볼 종목에서 능숙하게 수구를 다루고, 경기장을 적극 활용해 작품 표현력을 높여 가산점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후프나 곤봉, 리본 종목에서 한두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다음 연기로 이어가는 노련함도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난도를 지난해보다 끌어올린 것이 우승 요인으로 꼽힌다. 손연재는 경기 직후 “신체 조건이 좋은 유럽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프로그램 난이도를 높이고 훈련량을 많이 늘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손연재가 고국에 전해온 낭보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방과 그녀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손연재는 오랜 기간 ‘거품 낀 실력’ ‘언론플레이로 유명세 누린다’ ‘훈련은 안하고 CF촬영에만 골몰’ 등의 내용으로 악플러들에게 시달려 왔다. 이번에도 뉴스 댓글과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가산점 어떻게 받은건지 궁금하네” “손연재 월드컵 4관왕, 심판진 뇌물먹였나” “랭킹 1위부터 5위 선수까지 다 빠진 대회 우승하고 언플(언론플레이) 쩌네” “C급 대회에서 딴 금메달이잖아” 등 그녀를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글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손연재 선수 정말 수고했습니다. 우리나라 이름 걸고 나간 선수 비난말고 격려해줍시다” “우승 축하합니다.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손연재에 대한 비난과 악플이 정당화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등 그녀에 대한 격려와 지지 반응을 보였다. 

5살 소녀, 리본을 들다…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

1994년생의 손연재는 5살에 리듬체조를 시작, 2005년부터 3년 연속 전국소년체육대회 리듬체조부문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에는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 주니어부문 개인종합 우승을 하며 리듬체조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동메달(2010),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5위(2012년)를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손연재는 올 시즌 최대 목표인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녀는 최대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 업그레이드 한 프로그램의 소화능력을 100%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일 이탈리아 페사로 월드컵에 이어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18~21일),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4’ 갈라쇼 무대(26~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월드컵까지 4월 한달 내내 강행군을 소화한다. 

손연재는 “어릴 때부터 꿈꿔온 월드컵 시리즈에서 애국가를 듣게 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며 “올해 목표인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무살 리듬체조 요정이 악성 댓글의 아픔을 딛고 고국에서 진정한 체조 여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