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몇 개만 배워도 하루 만에 간단한 곡 연주 가능

지난 주말 서울 홍익대 앞 놀이터. 지나가던 행인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인파를 뚫고 들어가 보니 한 여성이 버스킹(거리에서 노래와 연주 등을 하며 돈을 받는 행위)을 한다. 손에 든 걸 보니 장난감 같기도 하고 미니어처 기타 같기도 하다. 작은 몸통에 달린 4개의 줄에서 감미로운 선율과 풍요로운 화음이 만들어졌다. 손으로 몇 번 퉁기는 것 같은데 몽환적인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행인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네놈 정체가 뭐야?’ 발현악기 우쿨렐레(Ukulele)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 요상한 악기를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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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를 들고 있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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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악기 이름이 ‘우쿨렐레’예요? 울랄라 시스터스 같기도 하고, 개구리 울음소리 같기도 해요. 어쿠스틱한 멜로디만 연주할 수 있죠?” 이름부터 신기했다. 생긴 건 더 신기했다.

“‘벼룩(Uku)이 뛴다(Lele)’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포르투갈인들이 하와이에 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듣고 싶은 곡 있으세요? 재즈, 뉴에이지, 가요 등 이놈이 장르 불문하고 뭐든 연주가 가능해요.” 우쿨렐레 전문점 로코망고 홍성인(31) 대표는 우쿨렐레 하나를 들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부터 ‘학교종이 땡땡땡’,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까지 자유자재로 선보였다. 놀란 표정을 짓자 홍 대표가 입을 연다.  

“코드 몇 개만 배워도 하루 만에 간단한 곡 연주가 가능해요. 6줄짜리 기타에 비해 칸이 작고 줄이 부드러워서죠. 특히 여성분들은 작은 손 때문에 기타를 배우다 어려워서 그만둔 경우가 많은데 우쿨렐레는 그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죠.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축가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기 위해 배우러 온 경우도 있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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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망고 홍성인 대표가 우쿨렐레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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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금융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대학 시절 외국인 룸메이트의 우쿨렐레 연주에 반해 독학으로 우쿨렐레를 시작했다. 증권사에 취직을 하고 싶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고, 그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작한 게 우쿨렐레다. 우쿨렐레의 매력을 알게 된 그는 이후 우쿨렐레 전문점에서 일하다 1년 전 로코망고를 창업했다. 현재 제작부터 교육, 공연, 출판, 해외무역 등 원스톱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로코망고의 ‘로코(Loco)’는 스페인의 속어로 ‘무엇에 미쳐 있다’는 뜻이다. ‘망고(Mango)’는 하와이의 열대지방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과일로, 홍 대표는 망고 안에 우쿨렐레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음악적 감각이 전혀 없던 제가 우쿨렐레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안 믿어져요. 한강에 우쿨렐레 하나 달랑 들고 나가서 돗자리 펴고 앉아 여자친구와 우쿨렐레를 칠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크지도 무겁지도 않아 휴대성이 좋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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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는 품 안에 쏙 들어오기 때문에 배우기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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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우쿨렐레는 대체 어떤 ‘맛’일까. 고등학교 때 관악부에서 바순을 연주한 후 악기를 다시 든지 어언 7년. 어색할 만하다. “강아지를 안듯 편하게 품 안에 안으라”고 홍 대표가 조언한다. 1시간 만에 배울 수 있는 곡은 다름 아닌 ‘올챙이송’. 두 가지 코드만 배우면 바로 따라할 수 있단다. 오른손으로는 위에서 아래로 우쿨렐레 4줄을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부드럽게 스트로크를 한다. 아래쪽부터 1번 줄, 2번 줄, 3번 줄, 4번 줄이라 부른다. 왼손으로는 코드를 잡으면 된다. 

‘올챙이 송’에 필요한 코드는 두 개. C7과 F 코드다. C7은 검지로 첫 번째 줄의 첫 번째 칸을 눌러야 한다. 누른 상태로 오른쪽으로 줄을 스트로크 하니 소리가 났다. 제법 청아했다. 그 다음 관문은 F 코드. 검지와 엄지를 이용한다. 두 손을 누르고 있자니 C7보다 어려웠다. 홍 대표는 손가락을 더 세워서 누르라 했다. “C7코드와 F코드를 각각 4번씩 쳐 볼게요.” 홍 대표의 조언대로 차근차근 따라하니 제법 ‘올챙이 송’을  부르며 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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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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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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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잘 하시는데요. 같은 곡이어도 코드에 따라 쉬운 버전, 어려운 버전으로 충분히 변화가 가능해요. 우쿨렐레의 연주는 끝이 없다고 보면 돼요. 밝고 귀여운 음색이 도니 하와이 해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홍 대표와 함께 올챙이 송을 부르고 나니 작은 음악회를 연 듯했다. 동요일 뿐인데 감수성이 피어올랐다. 바보처럼 웃음이 나왔다. 스트레스 해소가 저절로 됐다. 우쿨렐레만의 매력인가, 이 참에 홍대 앞에서 연주라도 해볼까? 

 

우쿨렐레 배우기

로코망고(www.loco-mango.com)의 원데이 클래스는 1시간30분에 1만원. 악기 대여도 가능하다. 그룹레슨과 개인레슨 가격은 10만원대. 악기 가격은 15만원부터 20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15만원 대 우쿨렐레는 초보용으로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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