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작 뮤지컬 ‘샤먼아이’ 제작자 박해미
해외 수출용 첫 제작 작품, 20년 전 다짐 실현
인류 공통의 ‘모성애’ 바탕으로 샤머니즘과 토속신앙 가미

“작품 하나를 만드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지 못하는데 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것이 저를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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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뮤지컬 제작은 미친 짓이라고 할 만큼 힘든 일이지만 창작의 세계에 빠지면 빠질수록 더욱 욕심이 생긴다는 배우 박해미(50). 그런 그가 난장뮤지컬 ‘샤먼아이’의 제작자로 대중 앞에 섰다. 예술감독과 주연 배우까지 1인 3역이다. 방송 활동과 병행하며 하루 3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소화하면서도 완성된 작품을 소개할 때는 영락없는 제작자로 변신해 눈빛이 살아난다. 창작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박해미씨를 4일 첫 공연을 앞두고 만나봤다.  

난장뮤지컬 ‘샤먼아이’는 박해미가 해외 수출용으로 야심차게 제작한 첫 작품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샤머니즘과 토속신앙 위에 모정(母情)을 가미해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 순수 창작 뮤지컬을 세계시장에 내놓겠다고 결심한 지 20년 만이다. “1995년 ‘장보고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해외 24개국 순회공연을 했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의 허접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중간에 불교적 춤사위인 바라춤이 나오는 부분에서 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우리의 것으로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야 용기를 내게 됐네요.” 

샤먼아이는 인류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성애가 중심축을 이룬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은 소년 ‘성재’가 엄마의 산소를 찾아 헤매다 겪게 되는 하룻밤 이야기를 담았다. 도깨비와 한 데 어우러져 한 판 난장을 벌이는 과정을 겪으며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녀가 이러한 시나리오를 구상해 작품을 구체화한 것은 2년 전이다. “2012년에 카레이서 겸 배우 이화선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오프로드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 촬영 중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하다 웅덩이에 받혀 겨우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정상에 올라 쉬는 중 나비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와 촬영장에 동행한 남편 콧수염에 앉더라고요. 화선씨의 손으로 넘어와 30분 동안 떠나지를 않는데 문득 촬영 직전에 돌아가신 화선씨의 아버지가 나비로 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릴 살려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 머릿속에 이걸 스토리로 만들자는 생각이 번쩍였고 한국인의 가슴을 울리는 모정으로 바꿔 작품을 만들게 된 거죠.”

샤먼아이에는 도깨비와 함께 흥부‧놀부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에 태권도까지 한국의 전통 요소들이 풍부하게 가미됐다. ‘아리랑’ ‘천안삼거리’ ‘옹헤야’ ‘쾌지나 칭칭 나네’ 등 한국의 장단과 가락을 서양 음악과 혼용해 맛깔스러운 우리만의 음악으로 완성시켰다. “만족스럽게 잘 나왔습니다. 2030 젊은층뿐만 아니라 40~60대 제 또래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관객층이 폭넓은 작품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작품 준비를 위해 최근 국내 제작된 창작 뮤지컬을 많이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투자는 많이 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것. “많은 작품이 서양음악을 그대로 갖다 쓰면서 우리 뮤지컬이라 얘기하는데 그건 중간 과정이라 생각해요. 이제는 우리 소리와 가락이 들어간 것이 진정한 우리의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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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녀가 갖고 있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우리의 콘텐츠를 갖고 전 세계로 나가 맘껏 펼쳐야 한다는 것. 그녀는 “21세기 대중예술은 누구나 다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태권도, 비빔밥, 한글 등 여러 가지 한국적인 것을 뮤지컬 안에 모두 녹아들게 해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양음악을 전공한 그녀가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화여대 성악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5년, 박목월의 시 ‘달무리’에 곡을 입혀 대학가요제에 나갔다 심사위원이던 고(故) 최영섭 작곡가로부터 ‘작곡 천재’라는 극찬을 들었다. 음악은 좋았지만 노래를 못 불러 동상을 받았다고. “리허설 할 때 국악과의 장구하는 친구를 데리고 갔더니 모두 깜짝 놀랐어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민요풍 곡이었던 거죠. 집안에 국악의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닌데 어릴적 할머니 쫓아다니면서 영향을 받았나봐요.(웃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마약과 같다는 그녀에게 뮤지컬 제작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어려서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기질적으로 갖고 있던 게 쏟아져 나온 것 같네요. 나이 들면 뭔가 해놓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이 지금의 박해미를 있게 하는 듯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벅찬 날들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꿈을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 그녀의 삶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뮤지컬 제작은 치열한 전투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방송 활동과 뮤지컬 배우, 제작 전부 다 할 거예요.” 무대와 연기를 사랑하는 천상 배우이자 창작의 매력에 푹 빠진 제작자 박해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뮤지컬 ‘샤먼아이’는…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로 해외 바이어 초청 트라이아웃 공연(새 창작품을 지방 무대에서 선보인 후 수정·보완해 큰 시장에서 본 공연을 하는 것)을 진행한다. 박해미, 이영하, 이재은, 최국, 태권소녀 태미, 김지용 등이 출연하며 4~6일 구리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해미는…‘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메모리즈’ ‘캣츠’ ‘돈키호테’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과 ‘하늘이시여’ ‘웃어라 동해야’ 등의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연기를 펼쳐왔다. 1996년 자신의 이름을 딴 해미컴퍼니를 설립하고 2010년 ‘키스앤메이크업’을 시작으로 ‘메모리즈’ ‘하이파이브’ 등의 창작 뮤지컬 제작에 힘써왔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 뮤지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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