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높은 여성 소비자 선점 마케팅 치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여심(女心) 잡기가 활발하다. 여성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잇따라 내놓거나 제품 기획 시 여성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흐름이 늘고 있다. 여성 운전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수입 차와의 경쟁이 치열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구매력이 높은 여성 소비자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여성마케팅 활발… 운전 교육부터 콘서트까지
3월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5사 중 가장 활발히 여성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여성 운전자들을 위한 ‘안전 운전·친환경 경제운전 교육 캠페인 시즌3’ 참가자 모집에 들어갔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평상시 운전에 어려움이 많았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 운전교육(4개 차수·160명)’과 운전능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심화 운전교육(4개 차수·120명)’으로 나눠 실시한다. 차량 관리 요령부터 도로 주행 시뮬레이션, 위험 회피, 곡선 제동, 친환경 경제운전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또 오는 1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현대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오후 3시부터 90분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를 초청해 여성 고객 대상 문화 콘서트를 진행한다. ‘이루마와 함께하는 감미로운 봄의 멜로디’를 주제로 공연 및 곡 해설과 더불어 이루마의 음악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남성 고객의 배우자를 포함한 현대차 보유 여성 고객은 다음달 2일까지 현대차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지원을 하면 된다. 이밖에 현대차는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입 차 비교 시승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여성 고객 전용 자동차 종합검진센터인 ‘블루미’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한국GM, 제품 기획 시 여성 의견 반영
기아차는 업계 최초로 여성 마케터 그룹 ‘레드아뜰리에’를 시행하고 있다. 나날이 수요가 늘어나는 여성 고객들의 의견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해 만족도를 높이고자 2012년부터 시행, 현재 3기까지 활동을 마쳤다. 레드아뜰리에로 선발된 기아차 여성 고객들은 약 4개월간 각종 차량을 시승한 후 여성의 관점에서 차량 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회사 측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스포티지R’의 2열 시트백 조절장치는 레드아뜰리에의 의견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GM도 2005년 사내 여성 임직원 9명으로 구성된 ‘여성위원회’를 조직해 여성의 감성을 반영한 제품 기획과 마케팅 등에 힘쓰고 있다. 여성 구매비율(40%)이 높은 스파크의 경우 지난해 연보라 색상을 도입했는데 이는 여성 고객들의 다양한 색상에 대한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과거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차’로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스파크 ‘모나코 핑크’ 모델 역시 여성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는 여성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여성을 타깃으로 한 외장 컬러나 인테리어 및 편의사양을 지속적으로 확대·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SUV 익숙지 않은 여성 대상 맞춤 교육 실시
쌍용차는 2012년 2월부터 드라이빙 스쿨 및 오토캠핑 행사를 정례화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익숙지 않은 여성 고객들을 위한 수동변속(MT) 운전 교육 및 수준별 맞춤 운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계절별로 스노 드라이빙 스쿨, 서머 오프로드 드라이빙 스쿨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운전 체험교육을 진행해왔다. 쌍용차는 앞으로도 여성 운전자들이 평소 부담스러워하는 주차나 코너 주행 등을 집중적으로 선정해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방침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마케팅이 골프나 야구 등 남성 소비자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여성 운전자들이 증가하면서 여성 관련 마케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며 “여성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남편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