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공짜’ 공약 경쟁
“지역 수준에 맞게 해결책 내놔야”
선심성 공약 피해는 유권자 몫
6·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공짜’ 공약을 내놓기 바쁜 모양새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는 시각도 있지만 공약을 실행할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불투명해 표만 노리는 포퓰리즘 행태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가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선심성 공약들의 현실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심성 공약 실행은 고스란히 유권자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는 유권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이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자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은 3월 25일 20~30대 전업주부 무료 건강검진을 포함한 지방선거 공약 2호를 발표했다. 공약에는 난임 부부 체외수정 시술비 지원 확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설치, 분만 취약지 공공형 산부인과 설치, 어린이 독감·A형간염 무료 예방접종 등이 포함됐다. 앞서 발표한 공약 1호에는 모든 병·의원에서 65세 이상 노인 무료 독감 예방접종과 치매 예방 지원 확대 등 노인을 위한 정책들이 포함됐다. 민주당도 최근 국민부담 경감 정책대안 시리즈로 교통비와 통신비, 교복값 인하, 공공 산후조리원 확충, 대학 입학금 폐지 등을 내놓고 있어 중앙당 차원의 공약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공짜’ 공약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공짜 버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무상 버스’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김 전 교육감에 따르면 노약자와 초·중학생 등 교통 약자를 대상으로 한 무상 버스 도입으로 첫해에만 필요한 재원이 약 1000억원에 이른다. ‘무상 버스’ 공약에 대해서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후보는 물론 같은 당의 후보들까지도 반발하고 나섰다. 버스공영제를 제시하고 나선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무상 버스 공약은 허구적 주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상 버스’를 비롯해 전국 단위에서 쏟아지고 있는 ‘무상’ 공약 중에는 전북지사 선거에 나선 송하진 전주시장이 내놓은 농·산·어촌의 무료 콜버스 운행, 이낙연 전남지사 예비후보가 약속한 100원 택시 등이 있다. 정태영 목포시장 예비후보는 무상 청년해외인턴 제도와 무상 급전대출까지 약속하며 ‘무상’ 공약의 뒤를 잇고 있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풍선효과처럼 한 정책에 재원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다른 정책들이 희생을 치러야 한다”며 “선심성 공약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이어 “무조건 많은 것을 준다고 해서 좋은 공약이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지방 수준에 맞는 해답을 내놓는 후보를 지방 단위에서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