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경력 복귀 지원사업’ 통해 150명 현장으로
논문 30편·특허출원 9건 등 “훈련 과정은 복귀 디딤돌”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일을 그만둬야 했던 변해선(38)씨가  ‘연구개발(R&D) 경력복귀 지원사업’을 통해 복귀한 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일을 그만둬야 했던 변해선(38)씨가 ‘연구개발(R&D) 경력복귀 지원사업’을 통해 복귀한 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엄마’가 되면 아예 일을 포기하는 여성 과학기술인(과기인)이 상당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특성상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공백기는 여성들이 복귀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출산과 육아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둔 여성 과학자들이 연구 현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2012년부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시행 중인 ‘연구개발(R&D) 경력복귀 지원사업’(이하 복귀 사업)의 지원을 통해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변해선(38)씨도 지난해 복귀 사업을 통해 1년2개월 만에 연구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컴퓨터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이화여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Post-Doc)으로 일했던 그는 둘째 아이를 가지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둬야 했다. 변씨는 “첫째 아이는 박사학위 졸업식 직전에 출산하면서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둘째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가지면서 일을 병행하기에는 몸이 버티질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변씨는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면서 현장에 복귀하려고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이들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다가 복귀 사업을 알게 됐고, 운 좋게도 이전 직장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행운은 이어졌다. 교육부가 박사급 대학연구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한 ‘리서치 펠로(Research Fellow)’ 사업에 선정되면서 임금도 경력단절 이전보다 높아졌고,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에도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변씨는 “복귀 사업은 훈련 과정이기 때문에 현재 계약직 신분이긴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대학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돼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몸은 힘들어도 정말 보람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 따르면 복귀 사업을 통해 현장으로 돌아온 여성 과학기술인은 2012년 39명, 2013년 58명이었다. 복귀한 여성 과기인들은 국내외 학술지 논문 30편과 특허출원 9건을 낼 정도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에 따라 올해는 2배 가까이 늘어난 100명이 일터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경쟁률도 4 대 1에 달할 만큼 여성들의 관심도 뜨거워졌다. 

특히 올해는 여성들이 연구 현장 복귀를 준비할 때부터 일자리에 정착할 때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패키지 형태의 운영이 강화된다. 복귀 준비 단계에서는 예비 복귀자의 등록을 받아 재취업 역량 진단을 통한 맞춤형 준비 교육과 직업상담, 일자리 추천 등을 지원한다. 복귀 사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경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취업 중개와 알선, 구인기관과 구직자 간 교류 기회 제공, 경력관리 상담 등 사후 관리도 강화된다. 복귀 사업의 지원 규모는 여성 과기인 1인당 2000만원 이내로 최장 3년까지 지원된다.

예산 규모에 대해 지난 3월 17일 열린 복귀 사업 설명회에서 장석영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올해 사업 시행 3년째인 만큼 성과를 본 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지원금 확대도 판단하겠다”며 “복귀 사업 이외에도 여성 과기인이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여성 특화 창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은 “복귀 사업은 재취업 개념보다는 직장 복귀를 위한 교육과 훈련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다”며 “이 기간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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