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스펙’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필자 역시 스펙을 쌓기 위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시도하며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바로 공인 영어 점수다. 누구나 다 공부하기에 나 역시 그 대열에서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이 결국 대학생을 영어의 노예가 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토익 학원 교재들이 불티나게 팔리며, 유명 강사를 쫒아 대형 학원에 등록하는 학생들도 많다.
필자는 어학 교재와 온라인 강의를 방문 판매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 학기 초 학교에서 방문 판매원을 만나 어학 교재와 인터넷 강의 패키지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구매했다. 판매원은 기존의 상품과 교재에 비해 월등하게 낮은 가격임을 강조하고, 1년 이상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구매를 결정할 당시 판매원은 상품 취소 관련 약관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약 2주 뒤 택배로 교재를 받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해당 업체에 전화를 해 환불을 요청했지만 상담원은 교재와 함께 보낸 약관을 잘 살펴보라면서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재 안에 있던 약관에는 ‘개봉 시 환불 불가’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소비자관련법 수업 시간에 배운 ‘청약철회’가 생각이 났다. 소비자기본법은 ‘방문판매로 구매한 경우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 제11조 금지행위 항목에는 ‘재화들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를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률에 있는 내용을 숙지하고 다시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해 청약을 철회할 수 있었다.
스펙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의 심리를 악용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며 판매한 어학 교재의 환불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접수된 유명 영어잡지 및 어학교재 관련 소비자 피해는 2011년 87건에서 2012년에 135건으로 1년 사이에 55% 급증했다. 새 학기가 되면 신입생 등을 상대로 판매 피해가 증가하는 것이다. 스펙 열풍이 대학생 소비자를 코너에 몰고 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어학교재 방문판매로 입는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먼저 판매자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 신중한 구매가 필요하다. 그 교재가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지, 자신의 수준에 맞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구매한 후에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14일 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므로 기간 내에는 환불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