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여성과학기술총연합회 주최로 여성리더스포럼 열려
윤증현 “여성들 더 노력하라” 발언에 “개인노력 문제냐” 쓴소리도 나와
여성과학인들이 입을 모아 과학기술계에 여성 리더들이 나오기 위해선 공공 부문에서만이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은 19일 서울 플라자호텔 4층에서 제1회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 '2014 경제전망과 여성과학기술계의 역할'이란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포럼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연을 듣고, 토론자로 참석한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질문을 던지면서 진행됐다. 윤 전 장관은 이날 경제와 정치가 상당히 연관돼 있다고 강조, EU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과학도였다는 점이 강조됐다.
여성과학인들은 이에 한국에서 여성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여성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파는 역할 정도로는 안 된다. 과거 회사에서 경리가 주판 튕기는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사회에서 리더정도는 돼야한다. 정직성, 투명성을 갖고있는 여성들이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려면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아이는 여성밖에 낳을 수 없다. 아이를 품고 젖을 먹일 때 사회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 무조건 일 열심하고, 투명하게 하라, 이게 현실적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르웨이에서는 회사 이사도 여자 몇% 할당제가 법으로 명문화돼 있다"며 "회사 고위직에 여자는 많이 없다. 그 위치에 여성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그 자리를 채워 회사 운영에 비전을 제시하라는 측면도 있다. 할당제를 사회적 제도로 들여올 수 있고, 물론 공무원 할당제 등이 있긴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의 할당제 여지는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정희 전 KT부사장은 "현대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경제인이 늘면 출산율이 늘어난다는 결과였다"며 "단순히 애를 낳는 시간 때문에 경제활동이 끊어지는게 아니라 코스트 측면에서 커리어로 일생을 책임질 수 있을 때 출산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이 10%가 늘면 출산율이 0.12~0.19%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지금 1.3에서 1.49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부사장은 "일단 고용주가 원하는 정도의 기술을 가진 여성들이 더 어린 나이에 직장을 갖고 계속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디테일한 정책이 나와야 된다"며 "큰 경제적 효과를 가지려면 고용률 몇%, 일자리 150만, 이런 것은 집행할 때 디테일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기피하게 될 수도 있으니 정부 정책이 정교하게 작동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 경제인 중 중간층이 부족한 현실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백희영 여성과총 회장은 "리더십을 아주 위에만 놓고 생각할건가. 유연할당제를 하면 문제는 중간이 비었다는 것"이라며 "중간 인력풀을 어떻게 확보해 리더십 포지션으로 가도록 하냐는 것이다. 회사도 중간층이 어렵다. 사회 각 부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도선 여성과총 부회장은 "경제 정책을 세울 때도 여성부와 같이 세우고 복지부와도 같이 세워야 얘기가 되지 경제 쪽에서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실제 핵심은 비켜간다"고 정부 부처간 통합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윤증현 "여성분들 더 노력해야" 발언에 "개인노력 문제냐" 쓴소리도
윤 전 장관은 토론자들의 질문을 받고 "수학 과학은 정밀한 분야이고 여성들이 과학계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 절대적으로 정부도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여성분들이 더 노력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정도만 있으면 상위 경영진 중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할 것"이라며 "남성들도 좀 봐주시면서 해 달라. 공조직은 안 되니까 지금 사기업도 면접으로 뽑으면 여성이 면접 점수가 더 잘 나온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여성 과학인들의 문제인식을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으로 봤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이에 단상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선진국에서 경제 성장에 여성의 기여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며 "작년 연구에서도 세계 경제성장 기여에 있어 중국의 기여도와 여성의 기여도를 비교를 했더니 여성의 기여도가 선진국에서 더 컸다는 10여 년간 통계 분석이 있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려면 경제에서 여성 참여를 범정부 차원에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여성들에게 많이 노력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개개인이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선진국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사회적 인프라가 잘 돼 있어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 점에 주목해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사회적 인프라를, 물론 일부 효과가 있긴하나 그대로 가면 마냥 하세월"이라고 꼬집었다.
윤 장관은 이에 "전반적으로 공감한다"며 "전체적인 균형을 말한 것"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날 포럼에는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새누리당 민병주, 신경림 의원, 민병찬 전 과실연 대표,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전희찬 세종대 교수, 기후변화학회 회장,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최금숙 여성정책원장, 송정희 KT전 부회장.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대학원 교수, 오영제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회장,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