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파괴로 더 잃을 것 많은 여성들
갯벌파괴로 더 잃을 것 많은 여성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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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라금/이대 여성학과 교수



작년 이맘때 학생들과 함께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던 서해

갯벌탐사를 나간 적이 있었다. 해양학자들이 주축이 된 여행에 환경

운동가를 비롯해 환경과 여성문제로 세미나를 하던 우리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것이다. 닫힌 교실을 벗어나 탁트인 자연의 공간으로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즐거웠다. 그 곳에서 육지로

도 바다로도 속하지 못하기에 지도에 나타날 수 없는 갯벌을 만날

수 있었다. 곡식을 심는 농토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어장도 될

수 없는 갯벌은 인간에게 단지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제3의 지

대이지만, 사실 그곳이 인간을 위해 그리고 육지와 바다를 위해 얼

마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곳인지, 그리고 그곳이 얼마나 많은 다

양한 생명체들의 보금자리인지를 그 탐사를 주관했던, 해양학자, 조

류학자, 환경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확인하면서, 갯벌의 존재상황과

여성의 그것이 머릿 속에서 겹쳐지기도 했다.

도착한 갯벌은 드넓었다.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덕분에, 우리는 벌써 기울기 시작한 해를 보

면서 부랴부랴 바지를 걷고 양말을 벗은 채 부드러운 갯흙을 느끼며

뒤뚱뒤뚱 바다 쪽을 향해 들어갔다. 갯벌 중간 중간, 머리에 수건을

쓴 나이든 어머니들 몇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진흙 속을 훑어내고

있었다. 조개를 캐는 것이었다. 그 중 한 할머니는 그 곳에서 조개를

캐 자식들 학교도 보내고 장성시켰노라고 했다. 그렇지만 바다를 막

아가고 있는 요즈음은 하루 종일 뒤져봐도 1-2만원 쥐기 힘들 만큼

조개가 줄었다고도 했다. 갯바람을 맞으며 나이많은 할머니가 하기

에는 힘에 부친 노동인 듯도 보였지만, 할머니에게 그곳은 생활비를

버는 터전이자 동시에 일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았다.



갯벌이 사라지고 그곳이 육지가 되고 난다면, 그 때 이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어디에 있을까? 밀물시간에 밀려 서둘러 갯벌을 빠져 나

오는 우리 일행 등 뒤를 비추던 석양이 쓸쓸하게 느껴졌던 것은 괜

한 감상이었을까?



갯벌에서 나와, 조개를 사기 위해 들린 근처 동네 농가에서는 값비

싼 고급 새차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정원수로 울타리를 둘러친 다

소 엉뚱해 보이는 갓 지은 양옥집도 보였다. 갯벌을 막는데 따른 국

가 보상이 이미 이루어지면서 이전에 조개채취권과 같은 사업권을

갖고 있던 주민들이 상당한 돈을 쥐게 된 데 따른 현상이라 했다.

갯벌을 막는 데 따르는 영향은 그 곳에 터하고 사는 이들에게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사업권을 갖고 있지 못했던 이

곳 취약한 계층에 속하는 주민들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생

활터전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여기에는 갯벌에서 주

로 일했던 이곳 대부분의 여성들을 비롯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많은 여성들이 해당된다. 갯벌과 함께 일터를 잃은 이들 어머니들이

장차 놓이게 될 상황은 가족 안에서도 가정 밖에서도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경파괴에 따른 악영향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에게 더욱 가중

된다는 사실은 이곳 갯벌지대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

던 셈이다. 돌아오는 한밤중 길, 머리가 무거웠지만, 간척사업문제는

생태학적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도 연구될

필요가 심각함을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교실 밖에서 가졌던 소

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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