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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무릉도원 소공원에 높이 240센티미터로 제작,설치한

'풀꽃세상' 로고모양의 스테인레스 상패앞에서 함께 한 주민들

모습.

“억새는 맑은 가을날 희게 흔들리면서 우리의 마음을 하늘 높이 들

어올립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이 땅의 산과 들에 아름다운 가을빛을

뿌려온 억새에게 우리는 제3회 풀꽃상을 드립니다. 우리는 억새 한

포기보다 더 중요하지 않습니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하 풀꽃세상·대표 정상명)은 제3회 풀

꽃상 본상을 ‘가을억새’로 선정했다. 부상은 “해마다 민둥산 억

새를 가을잔치로 승화시킨” 강원도 정선군 남면 사람들로 선정해,

남면 무릉도원 소공원내에 240미터의 ‘풀꽃세상’로고 모양의 스테

인레스 상패를 제작, 설치했다. 96년 1월부터 매년 10월 중순에 전체

주민이 모여 진행하는 민둥산 억새잔치는 올해 10월 16,17일 양일간

있다. ‘풀꽃세상’은‘억새풀잔치’가 시작되는

16일에 정식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계절마다 한 번씩 1년에 4회 풀꽃상을 시상하는 이 모임은 지난 봄

제1회 풀꽃상을 동강의 비오리와 KBS 동강다큐멘터리 제작팀에게,

지난 여름 제2회 풀꽃상을 보길도 갯돌과 보길도 사람들에게 시상한

바 있다. 이같이 본상을 사람이 아닌 자연물에게 시상하는 이 모임

의 특이한 풀꽃상 제정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 순수민간환경단체로 발족한 ‘풀꽃세상’은 처음엔 다섯

명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자발적으로 모여든 회원이 6백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재미없고 메마른 삶 속에서 새나 돌멩이, 풀에 상을 주는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다”고 정상명 대표는 말

한다. 경제가치, 사용가치가 우선시 되고, 단지‘존재한다는 것’ 자

체로는 인정받기 힘든 사회에서 ‘가치’개념의 전복을 통해 생명체

와 비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자연물의 존재가치의 아름다움’을 강

조하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라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가 산재해 있는데, 자연물에게 상을

준다니 현실도피적이고, 너무 낭만적인 환경모임이 아닌가 하는 의

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혹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오리에게 상을

준 것은 동강의 아름다움을 보존하자는 동강살리기운동의 일환이고,

보길도 갯돌은 관광길에 너도 나도 돌을 주워가 환경을 해치는 사람

들의 이기심에 일침을 가하고자 했고,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서 억새

와 같은 풀 한 포기도 사람과 똑같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억새에게

상을 준 것”이라며, 정씨는 풀꽃상의 본상은 모임의 메시지를 전달

하기 위한 방법이고, 본상과 함께 반드시 부상은 그것과 관련된 사

람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사회 한가운데서 벌이고 있는 이른바

‘환경문화운동’이라고 설명한다. 다소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사회문화의 혁명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법, 제도 개혁 운동 등을 주로

하는 타단체와 달리 문화적 감수성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 모임만의

독특한 운동방법이다.

‘풀꽃세상’은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풀꽃상을 시상하고, 그 소식

을 주내용으로 담은 부정기 간행물 '풀씨'를 발행하는 활동들을 하

고 있다.

(02)325-6801, http://www.fulssi.or.kr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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