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영상]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송추의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미래의 꿈을 만들어 나가는 제과업계의 거장 CEO. 윤영달(69)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은 국내 제과업계에 예술을 접목한 '아트 경영' 선구자다. 2004년부터 퓨전 국악공연 ‘창신제’를 무대에 올리고, 매장 내 박스아트(과자 상자와 포장지를 재료로 만든 조형예술 작품)를 설치하는 등 제과시장에 신선한 '예술' 바람을 일으키며 아트 경영을 실험 중이다. 크라운제과 창업주인 고(故) 윤태현 회장의 뒤를 이어 1995년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IMF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2005년 업계 2위인 해태제과를 인수, 매출 1조1379억원(2012년 기준)의 국내 대표 제과업체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과자와 예술의 결합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윤 회장의 AQ(Artistic Quotient, 예술지능) 경영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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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예술을 경영에 접목한 아트 경영으로 유명하다.

“아트 경영은 과자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다. 현재 제과산업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들어섰다. 요즘 젊은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과자를 잘 먹이지 않는다. 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고심하던 중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찾아낸 것이 ‘AQ’였다. AQ는 예술가처럼 자신의 삶에서 만난 모든 것에서 창조감성을 느끼고, 모든 상황과 사물을 활용해 내면의 창조 욕망을 만족시키는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예술 지능을 말한다. 기존의 것을 반복해 숙련된 것을 이해하고 충실히 실행하는 능력과 대비된다. 어떠한 상황이나 사물도 소재와 도구를 활용해 미학, 초월, 몰입, 소통, 유희에 대한 갈망을 충족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랜드의 몰입, 구글의 유희, 할리데이비슨의 초월, 레고의 소통 등 기업마다 고객의 창조 감성을 자극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우리는 과자에 이 가치를 담고 있다."

- 경영에 예술이 왜 필요한가.

20세기는 IQ의 시대였다. IQ는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는 지표였다. 기술의 본질은 패턴의 실행이고 규칙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소한의 오차로 반복 실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IQ는 인간의 가능성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줬다. 인간이 지닌 ‘감성’, 즉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얼마나 사회와 조직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리학과 뇌신경과학 권위자인 대니얼 골먼이 주장한 ‘감성지수’는 감성, 감정, 정서와 관련된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측정 지표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밖에도 사회지수, 다중지수, 창의력지수, 비주얼지수 등이 계속 나왔다. AQ, 즉 예술 지능은 이러한 지수가 모두 합쳐진 보다 능동적인 의미의 새로운 지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21세기 경영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다."

- AQ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점점 어린아이와 같은 예술가적 기질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이나 테크닉, 전략, 자본 등은 점점 흔하고 구하기 쉬워진다. 창조적 사고, 보다 정확하게는 예술적 사고와 감수성이야말로 이 시대가 간절히 요구하는 희소 자원이 됐다. 다만 AQ는 어떤 객관적인 측정법을 통해 사람들을 서열화하는 도구가 아니다. 나 자신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삶의 질을 최대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AQ는 시험이나 공부가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조각 등등 예술 행위를 해보면서 주관적으로 느끼고 체험해 자각해야 높아질 수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AQ가 높아야 국민소득이 4만불, 5만불을 넘을 수 있고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고 생각한다.”

- 복합 문화단지 송추아트밸리는 AQ경영의 베이스캠프 같다. 

“아트밸리는 선친이 과거 골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했던 송추유원지 부근 330만㎡(100만 평) 부지를 활용해 조성했다. 연수원을 비롯해 예술공간 창작 스튜디오, 우리 가락 배움터, 카페, 산책로, 아트밸리 체험장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송추는 원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인기였는데 러브호텔이 들어서면서 퇴락했다. 주변 모텔들을 매입해 신진, 중견 조각가들이 기거하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틀리에로 개조했다. 처음엔 조각가, 화가 모두 선발했는데 조각가가 많이 어렵다고 해 조각가를 후원하게 됐다. 아트밸리 곳곳에 조각가와 직원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고객들이 방문해 국악을 배울 수 있는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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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아트 경영 중에서도 국악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락음국악단’을 창단하고 ‘창신제’ ‘대보름 명인전’ ‘2013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 등 굵직한 국악 관련 행사를 개최해 왔다. 다 하려면 너무 어려우니까 한 가지에 집중하는 거다. 콘서트도 후원하고 오페라에도 미쳐봤지만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국악이었다. 음악에선 국악, 미술에선 조각, 문학에선 시에 집중해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국악만 하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니 균형을 맞추는 거다. 요즘에는 뮤지컬을 국악에 연결시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예술적 본능이 있다. 우리는 과자로 소비자에게 예술적 본능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생산자가 예술적 지능을 키우고 체험을 해야 한다.”

- 지난해 창신제에서 ‘떼창’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매년 가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창신제(創新祭 :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를 연다. 벌써 10년째고, 그중 임직원 100명이 함께 하는 ‘떼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동시에 판소리를 한 것으로 지난해 세계 최고 기록으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화음을 중시하는 서양은 합창이지만, 우리는 한 가락으로 100명이 입을 맞추기 때문에 ‘떼창’이다. 100인은 단순한 숫자 100이 아니다. 우리 문화에서 완벽함을 뜻하는 상징적 숫자인 100인의 화합을 통해 완벽함으로 발전을 지향한다는 크라운해태제과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직원들의 예술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국악을 들려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창신제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는데 국내 최대 규모의 퓨전 국악행사가 됐다. 기업 내부용으로 시작한 행사에 손님들이 오면서 규모가 커졌다. 대보름 명인전, 고국향(고객에게 국악의 향기를)도 모두 우리 과자를 많이 팔아준 데 대한 감사 의미의 사은행사다. 이젠 고객들이 공연 날짜를 먼저 알고 기다린다. 

- 조각, 국악 등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직원들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을 텐데.

“예술은 강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아해야 지속할 수 있다. 창 한 마디도 못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아주 좋아한다. 물론 안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 안맞지만 억지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싫어서 그만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잘 따라오고 있다. 능력을 개발하지 않고 기회가 없어서 못한 것이지 기회를 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국악을 몰랐는데 해보니까 즐기게 됐다. 자꾸 접하면 기쁘고 즐거워진다. 앞으로 50년 이상 활용할 것을 회사에서 배울 수 있으니 좋지 않나? 자꾸 하다보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빠지게 돼 있다. ‘일단 해보고 나서 말하라’고 강조한다.”

- 경영자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한 적은 있는지.

“어려서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30대엔 선친의 회사에서 독립하여 자동차 부품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풍력발전에 심취해 관련 서적을 번역한 적이 있다. 연수원에 큰 풍차 하나를 세울 계획이다. 지금 실험 중인데 목표는 아트밸리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것이다. 풍력을 포함해 수력,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 어머니들에게 아트 경영을 통해 얻은 교육철학을 들려준다면.

“몰입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 집중해서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야 한다. 길지 않게 짧게 공부하게 하면 몰입을 하게 된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몰입을 강조한다. 몰입을 할 때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하면 사회성도 발전이 안 되고 역량도 발휘하지 못한다. 김연아, 이상화도 한 가지에 몰입했기 때문에 성공한 거다. 이것저것 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 크라운해태제과의 미래는.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고 싶다. 과자 값을 올려도 고객들이 ‘더 안 올리냐’, ‘그거 받아서 되겠느냐’하는 하는 말을 듣고 싶다(웃음). 고객들이 감동으로 인정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고, 최고가 되고 싶는 욕심이 있다. 단지 맛을 위해 먹는 과자가 아닌 먹었을 때 행복함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아트밸리를 조성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예술지능이 가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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