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프로젝트 '신나는 언니들'은 문화리더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해 기획됐다. 2012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시즌2를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신나는 언니들의 성공은 문화분야에 대한 청년들의 갈증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성신문>은 유능한 문화 전문 인력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신나는 언니들 시즌2에 참여해 준 15인 멘토를 매주 수, 금요일 1명씩 소개한다. [편집자 주]

 

Story 1. 성찰과 나눔이 다 함께 행복한 사회의 출발점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행복공장’은 국내외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경제적 후원 및 예술·교육 관련 사업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 ‘나눔’활동은 예술치유와 ‘해’에서 진행됐던 사업 등 행복공장 이전부터 지속돼온 일입니다. 하지만 행복공장에서의 ’예술치유’는 사전에 기획된 것이 아니라, 제가 10년 넘게 해왔던 일이 예술치유 일을 행복공장이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된 것입니다.

행복공장의 캐치프레이즈는 ‘성찰’과 ‘나눔’입니다. 나뿐 아니라 같이 하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그런 단체를 떠올리다 보니 ‘행복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공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계적’ 이미지 때문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공장’에서 과거스러운, 혹은 촌스러운 이미지와 낭만성을 발견했습니다. 핵심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복을 같이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더불어 내가 가진 돈이든 능력이든 주변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찰’과 ‘나눔’, 이 두 가지를 함께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행복공장의 변함없는 두 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성찰’활동으로는 교육사업과 홍천에 지은 수련원에서 ‘내 안의 감옥’이라는 자기성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나눔’활동으로는 국내외적으로 경제적, 재능 나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공장 이전엔 극단에서 활동했습니다. 연극은 다른 장르에 비해 사람과 사람이 직접적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좋았고, 대학 및 대학원 때 연극을 했었다는 점도 이 길을 선택하는 데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극단에서 활동하면서도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무엇 때문인지도 잘 모르고 그만뒀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사람과의 더 구체적인 만남에 대한 결핍’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극단에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어도 정말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느낌을 못 받았던 거죠. 하지만 연극공부는 계속 했는데, 그러다가 지금 하는 연극을 만나게 되면서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는 연극은 연극적 방식인데도 아주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반적 연극과는 다릅니다. 일단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표현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연극적인 방식에서 빌려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꼭 연극 공연으로 풀어내지는 않는데, 결국 일종의 집단 상담과 같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본이나 역할 나눔 등으로 연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연극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성찰의 과정이 돼서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거나 상대방과 공감하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이 활동의 참가자들은 타인을 짧은 시간에 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저 밑바닥에서부터 만나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저는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촉매자 역할을 합니다. 최대한 저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면서 어느 부분을 건드려서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그래서 극을 끌고 가는 디렉터나 지시하는 연출하고는 다릅니다.

Story 2. 소년원 10대들, 기지촌 할머니들과의 진한 만남 잊을 수 없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소외됐다’는 말은 그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구체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이 나와 개인적인 관계가 없는 이상 구체적인 관심을 두기 어렵기에, 예술의 형식을 빌려 ‘이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같이 들어보자’라는 의미를 전달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만났던 사람들 모두 다 기억에 남는데, 아마도 다들 ‘진하게 만나서’일 것입니다. 먼저 가장 처음 만났던 사람들은 소년원생들이었습니다. 10대인데도 그 이후 제가 만났던 누구보다도 뻣뻣하고 폼 잡고 어른인 것처럼 굴던 녀석들이었죠. 남들 앞에서 춤추고 이런 것을 죽어도 못한다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우리한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밤을 새워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음악이 필요해서 카세트테이프를 가져가거나 의상을 사가면, 아이들이 “돈도 없는데 돈 쓴다”, “의상 아무거나 헌 것 가져오면 되지”라고 툭툭 거칠지만 속정이 담긴 말을 던졌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믿음 관계가 맺어졌기에 그 아이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고 지금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아이 아빠 된 친구들도 있고 노총각인 아이들도 있습니다.

재소자분들도 1년 정도 만나서 공연을 두 번 정도 했는데 모두들 정말 재능 있고 재주가 탁월하셔서 공연 준비할 때나 공연 자체도 매번 너무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교도소 측이 엄격하게 시간을 제한했기 때문에, 공연을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어서 면회 시간에 노래 연습을 할 정도였습니다. 스텝들 몇 명이 면회 가서 동시에 안에 있는 수용자들과 노래하고, 안에서 작곡한 것을 부르면 외워서 나온 후에 복원시켜 악보화한 다음에 우리끼리 밖에서 연습하고, 안에서는 또 그들끼리 연습하는 과정을 힘들게 반복했습니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제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들이기도 하신 기지촌 할머니들입니다. 처음에는 1분짜리 장면 만드는 것도 생전 해보신 적도 없고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한 저항도 있으셔서 거절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엇을 하자고 하면 그것에 대해 말씀도 잘 하십니다. 모든 팀들이 그렇지만, 연극을 해서 좋은 것보다 사람과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밖에서 보기에 기지촌 할머니들은 비슷한 아픔이 있고 한 동네에 몇 십 년을 살았으니까 서로 누군지 알고 오가면서 위로하면서 살 것 같죠?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들 의료지원하는 센터에서 할머니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고 표현도 잘 하신다고 해서 갔는데, 실제로는 서로 이름도 모르시고 쳐다보지도 않으셨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모래알들 같았죠. 그 때 상처가 너무 깊으니까 서로 관계 맺기를 못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오래 그렇게 살았던 거죠.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서로 관계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어제도 다녀왔는데 “기다리느라 눈이 짓물렀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저희를 좋아하고 기다려주십니다.

그 뿐 아니라 할머니들끼리도 서로 위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 저희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연극도 누구보다 잘하셔서, 지난번 공연을 본 400~500명의 관객들이 “평생 본 연극 중 최고였다”고 하며 기립박수를 쳤을 정도였습니다. 연극적으로 우수해서라기보다는 감동 때문에, 그 분들의 일생이 담긴 것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가장 최근의 만남임을 제외하더라도 할머니들과의 만남, 그리고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상처가 있는 분들도 마음을 잘 여시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 없이, 사심 없이 대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 자기 이야기 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이야기 해!”하면서 막무가내로 들이대면 도망가지만, 그 안의 본심은 내 이야기 털어놓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앞에 있어주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어떻게 대할지 생각하는 것보다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tory 3. 등불처럼 퍼져나가는 행복공장의 나눔 활동

아무래도 비영리단체라 재정적인 부분이 어렵습니다. 우리 취지인 나눔과 맞게 주변 분들의 후원을 받아 시작했는데, 큰 액수의 개인 후원금을 지원해주시는 지인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쉽지는 않지만, 이런 직접적 관계보다는 후원회원이 늘어서 오래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4년 동안 후원회원들이 조금씩 늘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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