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여성 지위'
스태프 구성, 콘텐츠, 수입 전 분야 대표성 낮아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개런티를 받는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개런티 3300만 달러는 개런티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할리우드 남성 스타 배우 두 명 분에 불과하다. 2007년부터 2012년에 발표된 할리우드 흥행작 톱 500 중 흑인 감독은 33명, 흑인 여성 감독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 끝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할리우드의 남성 독점 실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 중 여성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국의 여성 미디어단체 ‘여성미디어센터’가 최근 발표한 ‘미국 미디어 속 여성의 지위 2014’ 보고서를 보면 미디어 업계의 유리천장이 아직 굳건함을 알 수 있다. 여성미디어센터는 2005년 배우 제인 폰다와 시인 로빈 모건, 여성학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공동 설립한 단체다.
보고서는 뉴스, 텔레비전, 영화의 중요 스태프 중 여성 비율, TV와 영화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온라인 사이트와 비디오게임에서 여성 대표성 등의 주제에 대한 통계를 제시했다
스포츠 저널리즘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저조한 것은 예상할 만하지만 보도국 스태프 중 여성 비율이 1999년 36.9%에서 현재 36.3%로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다. 칼럼니스트 성비 또한 지극히 불균형적이다. 미국의 4대 뉴스 기업에서 고용한 칼럼니스트의 남녀 비율은 4 대 1에 달한다. 일례로 워싱턴포스트에는 25명의 남성과 7명의 여성, 뉴욕타임스에는 10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 칼럼니스트가 있다.
영화계에서도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2013년 흥행작 톱 250편의 주요 스태프 중 여성의 비율은 16%로 2012년이나 1998년 통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2012년 흥행작 톱 100편 중 대사가 있는 여성 배우의 비율도 28.4%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TV에서는 이보다 나은 43%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미디어는 오늘날 경제적·문화적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도구”라며 “미디어 속 화자, 토론의 형태, 작가, 중요한 콘텐츠에 대한 결정이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미디어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