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활약 돋보인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전 세계인들이 주목한 영화계의 축제 '제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영화 '그래비티'와 '노예 12년'의 독주로 막을 내렸다. 2일(현지시간) 오후 5시3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그래비티'는 감독상을 비롯 총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헐리우드 최고의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노예 12년'은 작품상·각색상·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작품상 수상은 흑인 감독 최초로 일궈낸 쾌거였다. 

여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영화 '블루재스민'에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케이트 블란쳇은 이날 아카데미 트로피마저 품에 안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루피타 뇽(노예 12년)과 제니퍼 로렌스(아메리칸 허슬)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상과 최연소 3회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기록으로 각각 큰 주목을 받았다. 

여우주연상 케이트 블란쳇…"여성 주인공 영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 깨고 싶다"

이날 케이트 블란쳇(45)은 에이미 애덤스(아메리칸 허슬), 메릴 스트립(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산드라 블록(그래비티)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수상했다. 그는 영화 '블루 재스민(감독 우디 앨런)'에서 뉴욕 사교계 상류층의 삶을 살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감행, 모든 것을 잃고 타락하게 되는 재스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신경쇠약 직전의 모습으로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날 그는 수상 소감에서 함께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들의 이름을 모두 부르며 칭찬한 뒤 "오스카에서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이다.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 영화로 각종 영화제에서 이미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지난 1월 열린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전미 비평가협회상·런던 비평가협회상·미국 배우조합상·크리틱스초이스 등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아카데미와의 인연은 지난 2005년 제77회 시상식에서 '에비에이터'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두 번째다.

'노예 12년' 루피타 뇽, 여우조연상 수상 이변

영화 '노예 12년'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루피타 뇽은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당초 여우조연상에는 사전투표에서 70%의 높은 득표율을 얻은 제니퍼 로렌스(아메리칸 허슬)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루피타 뇽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는 놀라워하며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스티브 맥퀸 감독님 정말 열정적으로 촬영해주신 것 감사하다. 이 자리에 나를 세우신 분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여성 노예 팻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앞서 그는 제19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20회 미국 배우 조합상, 제34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니퍼 로렌스, 최연소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 기록 달성

제니퍼 로렌스는 2년 연속 아카데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최연소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서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순정파 로잘린 역을 맡아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등과 함께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포함, 6차례의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90년생의 제니퍼 로렌스는 영화 '윈터스 본'(2010)으로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이어 '아메리칸 허슬'로 3차례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려 대세 배우임을 입증했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 역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애니 최초 1000만 관객 돌파 '겨울왕국', 아카데미 2관왕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모은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은 오스카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날 겨울왕국은 장편 애니메이션작품상과 주제가상(Let It Go)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앞서 겨울왕국은 제71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제41회 애니상 5관왕(최우수작품상·감독상·음악상·미술상·목소리 연기상), 제67회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휩쓴 바 있다. 

지난 1월16일 국내 개봉한 겨울왕국은 개봉 46일만인 2일 오전11시 누적관객수 1000만315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이고 외화로는 '아바타' 이후 두 번째다.

영화는 일반적인 공주와 왕자의 러브스토리를 탈피해 두 자매가 역경을 뛰어넘어 진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가 신선하다는 평을 끌어냈다.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는 영화 OST 사상 처음으로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석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흑인 감독 최초 작품상 수상 영예 '노예 12년'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은 영화 '노예 12년'에게 돌아갔다. 연출자인 스티브 맥퀸 감독은 흑인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웠다. 출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도 제작자로서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날 스티브 맥퀸 감독은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며 "여성들은 제 삶에 있어 늘 강하고 파워풀했다. 어머니를 비롯해 그랬다"고 여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노예 12년'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며 "모든 사람들은 생존이 아니라 살아갈 자격이 있다. 이 작품을 모든 노예, 그리고 노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받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앞서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런던 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작품상을 휩쓸었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골든글로브와 뉴욕 비평가협회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노예 12년'은 흑인 납치가 만연했던 1840년대 미국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뉴욕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납치 당해 노예로 팔려간 흑인 음악가의 실화를 다뤘다.

한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는 감독상을 비롯 시각효과·음향·음향편집·촬영·편집·음악상을 석권하며 7관왕에 올랐다. 이 밖에 △남우주연상 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남우조연상 자레드 레토(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각본상 '허' △미술상·의상상 '위대한 개츠비' △외국어영화상 '더 그레이트 뷰티' △단편영화작품상 '헬륨'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 '미스터 허블롯' △단편 다큐멘터리상 '더 레이디 인 넘버6 △장편다큐멘터리상 '트웬티 피트 프럼 스타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