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새 내각, 여성 장관 8명
정치 배경, 경험 다양… 청년실업, 여성의식 부재로 새 내각 성공 여부는 미지수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 마테오 렌치(39) 신임 총리가 개혁적인 내각 구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월 22일 공식 취임한 렌치 총리 내각의 특징은 남녀 동수의 성비와 평균 연령 47.8세의 젊은 내각이라는 점이다.
총 16명의 장관으로 구성된 이번 내각에는 첫 여성 국방부 장관에 선출된 로베르타 피노티를 비롯해 외무, 경제개발, 교육, 보건 등의 부처에서 사상 최대인 8명의 여성 장관이 탄생했다. 연정을 통해 구성된 정부인 만큼 8명의 소속도, 배경도 다양하다.
가장 화제를 모은 로베르타 피노티(53)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차관에서 승진한 경우다. 2001년 의회에 진출한 그는 2008년 월터 벨트로니 민주당 대표 시절 섀도캐비닛(야당 제1당 당수가 총리가 되어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에 대비한 내각)의 국방부 장관을 맡기도 있다.
외무부 장관인 페데리카 모게리니(41)는 외교위와 국방위에서 활동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나토 의원총회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했던 외교 전문가로 핵군축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유명하다. 스테파냐 지안니니(54) 교육부 장관은 페루지아 대학 총장 출신으로 2013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지 1년여 만에 교육부 장관이란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 외에도 지방부 장관 마리아 카멜라 란제타(59)는 이탈리아 남부 모나스테라체 시장을 지냈고 산업부 장관에 기용된 페데리카 기디(45)는 어느 당에도 속해 있지 않은 기업인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의 마리아 엘레나 보쉬(33) 개혁부 장관과 마리안나 마디아(34) 공공행정부 장관은 이번 내각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고 베아트리스 로렌진(43) 보건부 장관은 지난 내각에서 유임된 3명 장관 중 한 명이다.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의 부패에 시달린 국민에게 과거와 다른 혁신적인 면을 보여주려는 렌치 총리의 젊고 친여성적 내각은 일단 환영할 만하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역설적이게도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남성 지배적이며 원로정치의 경향이 많이 남아 있는 국가”라며 “39세 젊은 총리의 이런 행동이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일 뿐이라는 회의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600만 청년(15~24세) ‘니트족’ 중 4분의 1이 거주하고 40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17%에 이르는 이탈리아는 젊은 층을 위한 나라가 아니며 취업여성 비율 또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하위인 절반에 불과한 점을 볼 때 친여성적 나라는 더욱 더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문화적 장벽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렌치 내각의 정식 출범 기사가 발표된 후 여성 장관들에 대한 가장 큰 반응은 패션 센스에 대한 혹평이었다. 푸른색 바지 정장을 입은 보쉬 장관에게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 같다”고 하는가 하면 한 스타일리스트는 유명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당장 소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이탈리아 언론의 이런 반응이 ‘성차별적’이라며 “여성에 대한 낮은 의식수준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