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 보이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박근혜 내각도 문제… 이제라도 성평등 내각으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17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28일 안 의원이 새정치추진위 출범과 독자 세력화를 선언한 지 3개월 만이다. 이제 이들은 3월 창당을 목표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들어갔다.
새정치연합 창당 발기인대회에서는 안 의원을 만장일치로 중앙운영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안 위원장은 “기성 정치세력들이 하지 못한 일을 저희들이 해내겠다고 약속드린다”면서 “삶의 정치, 국민을 묶어내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와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려는 새 정치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려는 새 정치가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상은 크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어서 그럴 수 있고 의지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에 대한 이런 우려가 이번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목격됐다.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과 공동위원장 8명이 손을 들어 인사하는 사진이 언론에 게재됐다. 이들 중에는 단 한 명의 여성도 없었다. 실수든, 양성평등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부족했든 이것은 분명 새 정치의 시작이 아니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뒤틀리고 왜곡된 구조를 과감히 타파하는 것은 기존 정치 세력들이 전혀 하지 못한 일이다.
이런 일들을 과감하게 실천하지 못한 채 무슨 새 정치를 하겠다는 건가? 새정치연합에 대한 이런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이제 시선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려보자. 박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기치로 당선됐다. 더불어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해 실질적인 양성평등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 고위 정무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로 현 정부 여성 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만 남게 됐다. 우리나라의 여성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9%보다도 크게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차관급 중에서도 3명밖에 없어 전체 장‧차관급 72명 중 여성은 고작 4명(5.5%)에 불과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 정무직에 해당하는 여성 수석 비서관은 단 한 명도 없다. 비서관급 53명 중 여성은 5명(9.4%)뿐이다.
우리는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는가?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여성 인력에 대한 토대가 부족한 게 현실”이고 “전문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인사 성향에 맞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고 오만방자한 말이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남성보다 10배, 100배 뛰어나고 훌륭한 여성 인재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4 여성계 신년 인사회’에서 “이제 여성들의 역할이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으로서의 역할과 가정에 활력을 주고 사회에 기여하는데 있어서 그 잠재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나올 때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도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불행, 절망의 구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잠재돼 있는 섬세함과 강인함, 인내와 저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해서 여성부 장관을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로 격상하고, 개각을 단행해서라도 성평등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권에 올해 지방선거에서 여성들의 대표성이 대폭 강화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꾸로 가고 있는 양성평등 시계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