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 피해자를 여성으로 제한한 것은 성차별?
강간죄 피해자를 여성으로 제한한 것은 성차별?
  • 김엘림 /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한국젠더법학회 회장
  • 승인 2014.02.19 14:23
  • 수정 2014-02-25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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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젠더판례란 법원,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분쟁처리 기관이 남성과 여성 등의 성과 관련해 발생한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 임신·출산·육아 등과 관련한 분쟁 사건을 조사하고 법을 해석, 적용해 분쟁을 처리한 사례를 말한다.

그런데 젠더판례를 분석해 보면 판결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 사건 당사자와 관련자들의 지위와 영향력, 국민의 의식과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재판관‧검사‧변호사가 어떠한 사람인지, 젠더문제에 관한 관심과 가치관, 경험 유무와 정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인권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참여, 특히 법의 영역에 여성들의 진출이 많아지면서 젠더 판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강간죄에 관한 법과 판례에서도 나타난다.

형법은 1953년 제정될 때부터 ‘정조에 관한 죄’라는 제32장에 강간죄 조항(제297조)을 두고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했다. 이 조항을 둘러싸고 강간죄 피해자를 여성으로 제한한 것은 남성 차별이 아닌가, 여성이 죽을 힘을 다해 항거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강간죄가 인정되는가, 부부 사이에는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는가 하는 논쟁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이 중 강간죄의 가해자를 남성으로 제한한 조항에 대해 1967년의 대법원 판례는 “남녀의 생리적·육체적 차이로 인해 강간은 남성에 의하여 감행됨을 보통으로 하는 실정에 비추어 사회적·도덕적 견지에서 피해자인 부녀를 보호하려는 것이며 합리적인 근거 없이 남성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1997년 대법원 판례는 남성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더라도 임신할 수 없으므로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강간을 한 범죄자를 엄벌하는 이유는 여성에 대해 정조(순결) 상실이라는 불이익을 준 데 있기보다 성관계 등 성적행동을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데 있고 성관계는 반드시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질에 삽입하는 형태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만일 여성이 강간으로 임신하면 처벌을 가중하면 될 것이므로 강간죄의 피해자에서 남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를 감안해 2009년의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를 인정함에 있어서 생물학적 요소 외에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과 성역할 등과 같이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사회통념상 여성으로 평가되는 성 전환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후 2012년 12월 18일 형법이 개정돼 강간죄의 대상이 ‘사람’으로 변경됐고 아울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는 제297조의2(유사강간)의 조항도 신설됐다. 이러한 개정은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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