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
"독일처럼 히든챔피언 많이 만들어야"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전하는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견디며 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 출발은 같았어도 현재는 훌쩍 앞서간 이들은 어떻게 그 길을 선택했으며, 또 앞으로는 어떤 길을 만들어갈 것인가? ‘길에서 길을 묻다’는 이 시대의 멘토로 불릴 만한 이들과 길동무가 되어보는 시간이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의 대담으로 진행된 길에서 길을 묻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이다.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를 키워 파는 재미에 푹 빠졌던 열한 살 소년이 지금은 4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하림그룹의 회장이 됐다. 하림그룹은 양계, 양돈, 사료, 육가공, 홈쇼핑 등의 계열사가 단순화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농장·공장·시장의 ‘삼장 통합’이다. 기업인의 성공 요건으로 ‘지식’보다는 ‘성품’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은 단순화, 성품, 진리, 적성, 인내 등의 키워드로 정리 될 수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되고 있다. 2003년 이후 다섯 번째 발병이다. AI 이야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

“AI는 철새가 옮기는 가축 질병이다.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인체에 전염되지 않는다. 철새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조류들의 감기 같은 것이니 불가항력적 일상 같은 것이다. 사람의 독감이 그렇듯 AI도 심할 때와 약할 때가 있고, 완전히 없앨 수 없고 잘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듯 AI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식탁의 안전이다. AI에 걸린 닭고기가 유통되는 건 아닌지, 얼마나 안전한지 걱정스럽다.

“명확히 말하겠다. 우선 AI에 걸린 닭고기는 결코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 AI를 발견, 신고하면 정부에서 보상한다. 걸린 농장은 80%, 인근 지역은 100% 보상하므로 농가에서 신고 안 할 이유도, 몰래 빼다 팔 이유도 없다. 또 공장의 검사가 또 한 번 철저하게 이뤄지는 등 안전망을 거치게 된다. AI바이러스는 매우 약해서 75℃ 이상에서 5분, 100℃에서는 1초 만에 죽는다. 지나치게 AI공포가 과장돼 있다. 유명인들이 닭고기, 오리고기 먹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며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실제로는 아예 유통 자체가 차단돼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 AI가 과장되게 알려져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건가.

“언론에서 선정적인 보도로 AI공포를 과장하는 건 유감이다. 살처분하는 매몰 현장을 헬기를 띄워서 TV 보도를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어느 나라에나 AI는 있고, 치명적인 인명 피해는 주로 저개발 국가들, 즉 의료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인체 감염이나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AI가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자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올해 농장주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3년에도 농장주와 치킨점주 2명이 자살했다. 언론의 과잉 보도, 불필요한 공포심 조장이 소비 감소, 매출 감소로 이어져 피해가 더 늘어난다.”

- 효과적인 대응책은 무엇인가.

“조기 발견에 따른 신속한 매몰이다. 2003년부터 5차례 발병하면서 체계적인 대응책이 마련됐다. 현재 AI 긴급행동지침(SOP)은 빨리 발견되든 늦게 발견되든 최소 500m에서 최대 3㎞까지 매몰 처분한다. 그러나 조기 발견하면 100m로 수정할 수 있다고 본다.”

- 하림의 대응책은.

“하림에는 약 500 농가가 계약되어 있다. 평상시에 철저하게 관찰하며 관리한다. 경험이 쌓이면서 철저하게 조기 발견, 신속 매몰로 대처하고 있다. 닭이 AI에 걸리면 산란율이 30~40%로 뚝 떨어진다. 이런 질병은 흔치 않다. 발견되면 바로 그 농장을 매몰 처분한다. 당국에 신고할 때 모든 대처를 마친 상황이다. 이렇게 하면서 피해를 줄인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할머니가 사주신 병아리 키우기에 재미를 붙였다가 그게 평생의 업이 되고 큰 기업인이 되셨다는 스토리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참 흥미로운 얘기다.

“처음에는 재미로 했다. 열한 살 때 병아리 10마리를 선물 받아서 키웠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당시엔 사료 같은 것도 없었다. 내 손으로 독새풀을 썰고 개구리 잡아서 삶고 쌀겨랑 섞어서 사료를 만들어 먹였다. 독새풀의 비타민, 개구리의 동물성 단백질, 쌀겨의 식물성 단백질 등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해 주었던 셈이다. 그땐 병아리 한 마리가 10원이었고 키워서 팔면 250원에서 300원이었다. 병아리 키우는 재미에 돈 버는 재미가 더해지니 아주 신났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종자닭만 4000마리였고 픽업 트럭을 타고 다녔다. 사료를 대량 구매해야 했다. 그래서 그에 필요한 사업자등록을 하게 됐다.”

-재미를 쫓아 몰두했더니 성공하게 됐다는 이야기인가.

“흔히 적성이라고 얘기한다. 적성대로 살면 누구나 성공하고 천재가 되는 거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겐 다 다른 능력이 있다. 자기한테 맞는, 적성에 맞는 일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하면 누구나 천재가 되는 것이고 그게 창조경제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생산성이 극대화되고, 월등히 잘해낼 수 있다. 지치지도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회복해서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 부모님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랬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판사, 검사, 의사같이 남들도 하고 싶어하는 걸 한다고 하면 좋아한다. 좀 특이한 짓을 하면 ‘넌 이거 해서 뭐할래?’ 그런다. 우리 어머니도 당신이 교사셨고 우리 5남매 모두 공무원, 학자가 돼 있는데, 내가 병아리만 키우다가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하니 많이 말리셨다. ‘다른 자식들 모두 키우는 것보다 너 하나 키우는 게 더 힘들었다’고 그러시더라. 아이들을 성공시키려면 부모는 우선 아이가 천성적으로 가진 은사가 무엇인지, 진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적성이 무엇인지 찾아서 그걸 발전시키면 된다. 성경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 때 다 목적을 가지고 그에 맞게 소명을 주셨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소명이 쉽게 얘기해 곧 적성이다. 그래서 적성을 발전시키면 성공하게 돼 있다.”

-그 소명이 무엇인지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욕심과 소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다른 사람들이 좋다 해서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욕심이다. 부모들의 욕심이 지나칠 때가 많다. 아이를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람들이 뭐라 해도, 손해를 봐도 좋은 것이 적성이고 소명이다. 내가 닭과 돼지를 키울 때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서 목욕을 해도 가시지 않았고,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도망가더라. 그래도 견딜 수 있었다. 좋으니까! 그래서 이 업을 계속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한 단계 올라오면 그 다음 단계가 보이고 보이지 않던 미래가 보인다. 낮은 산을 넘으니까 그다음 높은 산이 보이더라.”

-남들이 좋다하는 걸 좋아하는 게 욕심이란 말인가.

“그렇다. 또 욕심은 인기를 쫓아간다. 다수결의 논리는 ‘현재의 논리’고 정답이나 진리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처럼 없어진다. 올해는 50% 찬성표를 얻겠지만 내년에는 달라질 수 있는 거다.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는 사람을 선각자라 한다. 선각자들은 대중 투표에서 표를 얻을 수 없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대중의 논리’ ‘현상의 논리’에 따라가는 게 욕심을 따라가는 거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대로 하면 선각자를 보고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성경에는 선지자를 보라고 말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 당시에는 듣지 않았다. 이것이 반복되고 있다. 한 국가도 정치논리가 과하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정치의 논리는 다수결의 논리지만 책임을 지는 경영의 세계는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다. 기업은 미래를 보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는 데서 차별화가 생기고 경쟁력이 생기는 거다”

-성공하는 경영자의 자질은 어떤 걸까.

“1988년 닭값이 폭등해서 하루에 1000만원씩 벌던 때가 있었다. 나 자신도 꿈인가 생시인가 해서 깊은 사색에 잠겼던 때가 있었다. 생각해 봤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많은데 왜 모자른 내가 더 성공하게 됐을까? 하고. 그때 얻은 답은 ‘경영은 지식이 아니라 성품’이라는 거다. 정주영 회장 같은 분이 도전정신이 강한 대표적인 분이다. 울산에 현대조선소도 없는 상황에서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영국서 수주하고 그리스서 돈 빌리고 했다. 지금 같으면 사기라고 했을 거다. 그러나 정 회장은 울산 해변에서 미래를 본 거다. 그 창의력이 오늘날을 만들고 이끌어 낸 거다. 가장 좋은 건 지식과 성품이 함께 있는 거다. 지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지식이 없어도 열정이 있으면 저절로 배우게 된다. 성공하기 위한 경영자의 성품으로는 도전정신, 인내, 섬김, 열정, 원칙이 중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내다.”

-도전정신이라면 하고 싶은 걸 과감하게 하는 건데 그것도 인내인지. 뭘 참는 건가.

“도전은 힘든 거니까, 힘든 걸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