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문화가족은 26만8000가구(2012년)이고, 외국인 체류자는 144만 명이다. 다문화가족의 자녀들도 군 복무를 할 나이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다문화 사회화는 하나의 흐름이다. 우리나라 역시 다문화가족과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족인 이자스민 국회의원이 다문화가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인 부부 간의 가정폭력보다 더 많은 가정폭력 피해를 입는 등 차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결혼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 결혼과 국내 입국 이후 가족 갈등과 자녀의 성장 환경 등이 사회 관심사이자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6년 ‘여성 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이주자 사회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전국적으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21개를 설치했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으로 법률적 기반을 갖게 됐고 2009년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설치, 2010년 ‘다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2010~2012)’에 이어 지난해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13~2017)’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에 따라 다문화가족 정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지만 부처 간 업무 중복과 일률적인 지원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다문화가족정책을 가족정책의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했다.
결혼이민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다양한 요건이 필요하다. 개인적 적응, 가족관계 발달, 자녀 양육, 사회참여 등에서 일반 한국인과는 다른 과제와 장애 요인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인권 침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개인적·가족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중요하다. 다문화 사회에서는 각자의 특수성을 살려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여성결혼이민자의 사회통합 진전 양상과 정책 수요 분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도 다문화가족 정책의 핵심 대상인 결혼이민자 중 초기 적응 단계를 지난 집단이 증가하면서 ‘적응 2라운드’에 돌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이민자 자녀의 성장에 따른 돌봄 역할 확대, 생계부양 부담 증가로 인한 취업의 필요성, 보다 높은 수준의 한국어 습득과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 형성 요구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결혼이민자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종합 지원체계의 확립이 시급하다.
얼마 전 발표된 2014년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는 다문화가족 역량 강화와 사회통합 지원을 위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업무보고의 주요 내용으로 다문화가족의 정착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지원 강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문화 이해교육 등을 통한 인식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한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실시, (가칭)가족센터 운영을 통한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의 내실화, 부처 간 연계·협업 강화를 통한 지원 서비스 효율화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상 다문화가족의 법적 개념이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 중심으로 협소하게 규정돼 있는 부분부터 개정이 필요하다. 또 가족정책이라는 포괄적인 틀에서 다문화가족, 여성 결혼이민자 등 수요자 입장에서 시행되는 새로운 다문화가족 정책이 다양화 시대, 다문화 시대의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