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기술·정신력 겸비한 ‘빙속 여제’
170kg 스쿼트, 사이클 훈련으로 허벅지 둘레만 60㎝
“러시아 관중 기에 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상화는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이변은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이상화는 3개의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우며 당당하게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단일 레이스 37초42, 1·2차 합계 74초70, 1,2위 최다 격차 0.36까지. 이상화는 그야말로 ‘클래스’가 다른 경기를 펼쳤다. 100m 구간 기록도 좋았다. 다른 선수들이 10초 중반대에 머문 반면 이상화는 1·2차 레이스 모두 10초 초반대를 유지했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보다 나았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당시 세계기록 보유자로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예니 볼프(독일)를 0.05초 차이로 간신히 따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 스스로도 감격했다. 경기 직후 자신의 기록을 보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꿈꿔왔던 올림픽 2연패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중압감을 이겨내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우승 비결에 대해선 “올림픽이 아니라 월드컵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던 것이 주효했다”면서 “2차 경기 때 중국의 왕베이싱 선수가 동등한 레이스를 펼쳐줘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만 이상화의 우승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만 세계신기록을 4번 달성했다. 그는 2012~2013시즌 월드컵6차대회(1월20일)에서 36초80을 기록했고, 2013~2014 월드컵1차대회(11월10일) 36초74, 월드컵2차대회(11월16일) 36초57, 월드컵2차대회(11월17일) 36초36의 기록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결은 허벅지에 있었다. 순간 스피드를 내기 위해선 탄탄한 허벅지 근력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상화는 지난 올림픽 때보다 허벅지 둘레를 3㎝ 늘린 60㎝로 만들었다. 자기 몸무게의 3배에 달하는 170㎏ 중량으로 스쿼트를 해냈고, 평지와 오르막으로 구성된 산악 사이클 훈련도 견뎌냈다.
힘, 기술을 겸비한 여제는 정신력도 최고였다. 이상화 선수는 “1차 레이스 때 러시아 관중 소리가 커서 기가 눌렸지만 2차 때는 주위 환경에 신경 쓰지 않기 위해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못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한 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외신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ESPN은 “이상화는 자신이 500m 최강자임을 증명해냈다”고 보도했다. 개최국 러시아의 스포츠전문지 R-스포르트는 “여자 500m는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 선수가 유일하게 시상대 가장 위에 서지 못한 경기”라며 이상화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이상화가 올림픽 2연패와 함께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넘볼 수 없는 빙상 여제”라고 칭했다.
시민들의 응원도 뜨겁다. 누리꾼들은 “4년 동안 고생 많았다” “경기 보느라 새벽에 잤지만 결과가 좋아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체격 좋은 서양 선수들에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정상에 우뚝 선 모습이 자랑스러웠다”며 축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기 직후 이상화 선수에게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용기를 줬다”고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