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한진중공업 파업' 사회적 합의는 합의가 아니다?

파업 1895일 만에 노사합의를 이뤄냈던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노사가 사측의 합의 불이행으로 다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6일 오후 2시 ‘사회적 합의 불이행, 사회적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지난 2005년 200여 명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해고한 기륭전자는 이에 반발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2010년 11월 국회에서 노사합의를 이뤄냈다. 당시 사측은 해고된 파견 노동자들에게 복직 유예기간인 1년6개월 뒤에 정직원으로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1년 더 늘렸다. 

기륭전자의 노사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측이 복직된 여성 노동자들에게 일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노사 역시 2011년 합의 이후 사측이 금속노조 소속 노조원들에만 불이익을 주며 노사갈등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송경동 시인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사측이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는다면 선례가 되어 다른 기업들이 악용할 수 있다”며 △시민사회가 기업의 합의 파탄에 대한 징벌적 책임 묻기 △합의 이행이 이뤄지는지 책임자들이 끝까지 감시하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대응체제 모색△자본의 사회 윤리적 책임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골자로 하는 사회적타결합의에대한사회적책임규제법안을 발의할 것을 제안했다. 

권영숙 민교협(민주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노동위원장은 “이번 쟁점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 투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노사 합의 불이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 사회적 합의 보증인의 연대책임 △노동 대리인의 책임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불이행에 따른 징벌 등의 대안을 내놓았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사회적 합의의 내용을 제도화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노동계 출신 19대 국회의원들부터 힘을 모아 ‘사회적 합의에 대한 기업의 책임’ 의제를 우선순위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은 “현행 법률만으로는 기업의 무책임한 사회적 합의 파기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을 강제하는 방안을 일반화해 법·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풍토가 조성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관련 토론회를 거듭 개최할 것을 주최측에 요청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기륭공대위와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한진중공업지회 주최, 민주당 김상희·은수미·장하나 의원실 후원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