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에 온 시민들, SNS 보고 자발적으로 참석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의 영결식이 28일 서울 강서구청 후정에서 열렸다.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의 영결식이 28일 서울 강서구청 후정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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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오전 10시 황금자 할머니의 영결식이 시작되자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맑았다. 오전 7시께 장례식장을 나설 때만 해도 을씨년스럽던 날씨는 할머니를 배웅이라도 하듯 맑게 갰다.

지난 1월 28일 이틀 전 91세로 생을 마감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의 영결식이 서울 강서구청 뒷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일부러 보기 위해 찾은 1500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의자를 300개만 놓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평소 기자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외로움이 짙었다. 다행히 빈소부터 영결식까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이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대목동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조문객들이 다녀갔다. 할머니의 간병을 맡았던 조명임씨는 “다행이다. 저희도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10~20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교복을 입은 채 친구와 찾아 온 최새연(15·경기 안성)양은 “SNS에서 할머니 소식이 떠서 학교 끝나고 왔다”며 “한 시간 반 걸려서 왔지만 할머니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기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찾은 대학생 김명민(가명·27)씨는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 그냥 가야 될 것 같아서 왔다”며 “사회를 위해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밝힌 점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26일 노환으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91세)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병원 장례식장에 정신대문제 관련 활동가들이 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6일 노환으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91세)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병원 장례식장에 정신대문제 관련 활동가들이 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24년생으로 고향이 함경도인 황 할머니에게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은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평생 결혼하지 않았으며 부모가 없는 여자아이를 양딸로 삼고 의지했지만 그 딸마저 10살 때 병으로 죽은 뒤 마음도 함께 닫았다. 동네에서는 유명한 ‘괴짜’ ‘욕쟁이’ 할머니였다. 늘 망상과 환청에 시달렸고, 주변 마포고 남학생들과 마주치면 욕하기 일쑤였다. 김미경 강서구청 사회복지과장은 “제복 입은 남자들에 대해 굉장한 공포감을 갖고 계셨다. 일본 군인들 기억 때문에 남학교 학생들만 보면 욕을 하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2002년 양아들이 된 김정환 강서구청 복지팀장을 만나면서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사회복지사와 수급자의 관계였지만 김 팀장의 노력으로 무뚝뚝하고 괴팍한 할머니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김씨는 할머니가 돈을 조금씩 모으면서 “이 돈 니가 가져라”라고 자꾸 말하자 “차라리 이 돈을 사회에 내놓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강서구에 장학기금을 내놓게 됐다.

할머니가 강서구에 기부한 금액은 2006년 4000만원을 시작으로 2008년, 2010년 각각 3000만원 등 총 1억원이며, 이 돈은 이 지역 12명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이밖에도 할머니의 유언대로 마지막까지 살던 등촌3동 영구임대아파트 보증금, 예금액 등 500여 만원이 추가로 기부된다.

양아들 김씨는 영결식 내내 할머니를 추억하듯 아무 말 없이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았다. 마지막 식순인 헌화 때는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오른 손으로 성호를 그었다. 이날 참석한 이 지역 국회의원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권력으로 짓밟힘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그 많은 고초와 어려움을 다 떨치고 평화로운 곳에서 영원히 영면하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기원한다”고 추도했다.

이날 영결식은 강서구청 구민장으로 치러졌다. 강서구는 지난 2009년 할머니를 위해 구민장에 관한 조례를 변경, 할머니 장례를 준비해왔다. 영결식을 끝으로 황 할머니는 경기도 파주 천주교삼각지성당 하늘묘원에 안치된다. 평생 10평짜리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살다 3평 남짓 묘원에서 잠들게 됐다.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국장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떠나는 마지막 길이라도 함께해 주셨다”며 “할머니 장례식이 쓸쓸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민주당 남윤인순·한정애 의원, 박상구 강서구 구의장, 노현송 강서구청장을 비롯해 1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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