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로 '무지함 극에 달한 망언' 비판
'아베 코드' 인사 지적…공영방송 신뢰도 추락 우려

 

모미이 가쓰토(70) NHK 신임 회장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에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모미이 회장은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도 위안부는 있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모미이 회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쟁 지역에는 (위안부가) 있었으며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미이 회장은 또 "(한국이) 보상하라고 하지만 이미 일한조약으로 해결된 것으로 (해결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강제 징용 보상문제 등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26일 오후 11시 현재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모미이 회장 관련 비판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임기 3년 NHK 회장이 취임했는데 이건 뭐 아베가 아바타를 심어놓은 꼴이군. 걱정된다" "저런게 일본 공영방송 회장이라니" 등의 분노섞인 반응을 보였다. "NHK 사장은 KBS 사장을 빼닮았다" "공영방송엔 현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있으면 안된다는걸 잘 보여주고 있네요" 등 국내 방송사를 거론하며 공영방송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의원, 지자체장 및 유명 인사들의 글도 다수 올라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트위터에 "니들이 온 나라로 끌고 다녔겠지..철면피들"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일본의 김재철 사장"이라는 글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일본정부에 이어 NHK 신임 회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망언과 국내 일부세력의 악랄한 폄훼속에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생애와 한이 부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의 남윤인순 의원과 한정애 의원은 26일 새벽 향년 91세로 소천한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의 사연과 함께 모미이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남윤 의원은 트위터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도 모자라 이제는 공영방송인 NHK 회장까지 나서서 위안부를 당연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에 다시금 분노를 느낍니다. 할머니의 소원이 한으로 남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황금자 할머니! 부디 편히 가시기 바랍니다"고 전했다.

한 의원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님께서 26일 새벽 소천하셨습니다. 그곳에선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도 일본 공영방송 NHK사장은 위안부는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고 흰소리를 했네요.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는 어디다 버린걸까요"라고 답답해했다. 

여야의 비판도 잇따랐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모미이 회장의 발언은 몰역사적 인식 수준을 드러낼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 개념도 못갖춘 무지함이 극에 달한 발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일본 공영방송의 최고 책임자의 망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NHK가 아베 정권의 나팔수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한편 모미이 회장의 인선에는 평소 NHK의 보도 논조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아베 신조 총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코드'에 맞춘 인사라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2001년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NHK 특집 프로그램이 편향됐다며 프로그램 수정을 요구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회장을 선임하는 NHK 경영위원회에선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인사 5명을 새로운 경영위원으로 발탁했다. NHK 회장은 방송법에 따라 12명의 NHK 경영위원회 위원 가운데 9명 이상의 찬성으로 선임된다. 모미이 회장은 5명이 들어온 한달 후 신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모미이 회장은 언론인 출신이 아닌 경제계 인사다. 규슈(九州)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쓰이(三井) 물산에 입사,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정보기술서비스업체인 일본 유니시스의 사장, 상담역, 고문을 지냈다.

전임 회장인 마쓰모토 마사유키씨는 NHK 경영을 안정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지난해 12월 스스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아베 정권이 중시하는 국제방송 강화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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