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버리고 떠난 그녀들 "후회는 없다"
직장도 버리고 떠난 그녀들 "후회는 없다"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1.24 21:14
  • 수정 2014-02-05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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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학생때 여행이라도 갔다 올 껄... 다 때려치고 싶다"

싱글 직장 여성들이 친한 친구에게 하는 말이다. 유학중인 김송이(29·가명)씨는 한국에 들어와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이 소리를 한다고 한다. 남성들에 비해 평균 월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승진 차별도 존재한다. 남자친구도 없는데 '결혼은 언제하냐'는 압박도 있다. 결국 이들은 친구들을 만나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다 때려치고 싶다"고 말한다. 대화는 결국 깔대기 마냥 여행으로 귀결된다.

비슷한 이유로 여행을 떠난 용감한 그녀들이 있다. 직장생활 3~4년차를 넘어서면서 반복되는 일상, 주변에서 들어오는 은근한 결혼압박, 뭔가 더 나아야 된다는 숙제같은 일상을 내려놓고 여행을 선택했다. 그럭저럭 수입이 보장된 직장, 1년 만기 적금, 생길지도 모를 남자친구를 포기한 채 말이다.

포기할 것들에 비해 이들의 여행 동기는 단순했다. 1년반 동안 17개국 배낭 여행을 다녀 온 김보라(32·가명)씨는 “고등학생때 친오빠가 유럽배낭 여행을 하면서 보내준 엽서를 받고 여행을 꿈꾸다 직장을 3년이나 다닌 후에야 진짜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남미 여행 후 <아, 이제 남미에 가야겠다>란 책을 낸 정현정(31)씨는 “그냥 한번 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학업이나 경제적 이유로 여행을 미루다 직장 3~4년 차가 돼 여유가 생기면서 여행을 꿈에서 구체적인 '플랜'으로 잡았다고 했다.

현재 여성 여행자들은 급증하고 있다. 10여년 전에 비해 여성 출국자는 349만여 명이 늘었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매일 상담 전화의 60%는 여성"이라며 "여성 여행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표는 점점 많은 여성들이 두렵지만 직장도 버리고 떠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쿠바의 말레꼰 모습(왼쪽)과 여행서적 아 이제 남미에 가야겠다(오른쪽)
쿠바의 말레꼰 모습(왼쪽)과 여행서적 '아 이제 남미에 가야겠다'(오른쪽) ⓒ여성신문

한국 사회에서 여행은 포기할 게 많다는 걸 의미한다. 김보라씨는 한국사회에서 여행을 한번 떠나려면 뭔가 '때려치지' 않고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여행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아시아 여행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때려치고 온 30대라는 것. 그는 "아시아쪽 여행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때려치고 온 사람들이다. 직장 4~5년차 넘으면 연령대도 당연히 30대"라고 말했다.

이들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여행에 있어 더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한다. 지난 1년 남미·아프리카·중동을 휘몰아치게 거친 뒤 현재 유럽 대륙을 여행 중인 양윤아(31)씨는 "3년전 세계여행을 떠나려 할 때 부모님 반대가 심해서 결국 실행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라고 쉽사리 떠날 수 없었던 경험을 말했다. 김송이(29·가명)씨는 "아는 언니 말로 25살 전에 배낭여행을 할 때는 주변에서 '멋있다', '대단하다', '어떻게 돈을 모아서 가냐'고 했는데 서른 이후부터는 남자들에게는 여행가면 '취미구나' 하면서 여자들이 여행간다고 하면 '시집 안가고 뭐하는거냐', '도피냐', '제정신이냐'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고 곱지 않은 주변 시선을 전했다.

그럼에도 이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진정한 휴식”, “재충전” 이었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도피일까, 재도약을 위한 충전일까. 장기여행만 4번째인 한은주(43)씨는 “여행을 다니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은 여행이 주는 중독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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