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정부 부처서 지원… 컨트롤타워 만들어 일원화해야
한국식 다문화 지원 모델 만들자”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네요.”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909호실. 이 방의 주인인 이자스민(37)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에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후 의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선주민(한국인)도 적응하는 데 6개월이나 1년은 필요하니 이민자는 시간이 2배 더 걸릴 거라더군요. 법규 용어도 힘들고, 한자도 많고…. 많은 분들이 겁을 줬거든요. 그런데 막상 국회에 와보니 법안이 알기 쉬운 한국어로 바뀌어 있던데요(웃음).”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 사회의 아이콘이다. 그 역시 “다문화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고 했다. 보좌진 말로는 전국을 두 바퀴 이상 돌았다더라”며 “그동안 대한민국헌정대상, 국정감사 우수의원, 대한민국 입법대상을 받았다. 의정활동 평가가 낙제점은 면한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법안 14건과 결의안 1건을 발의했다. 본회의에서 첫 통과한 법안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법안 통과로 여성가족부의 예산 지원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국제결혼 가정 콜센터 운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어린이집·유치원·각급 학교의 교직원의 다문화 교육 의무화 내용을 담은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안을 입법화했다. 이 법에는 일부 결혼 이민자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센터를 이용하다 피해를 보는 경우를 감안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새누리당 가족행복특위 가정폭력대책분과위원장을 맡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자스민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한 의원이 다문화 사회로 갈지 안 갈지 합의한 적이 없으므로 ‘(의무화 교육을) 할 수도 있다’는 문구로 바꾸자고 주장해 결국 수정됐다”며 “국회의원이 이러니 일반인은 오죽하겠느냐. 하지만 다문화 사회는 이미 온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국과 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아시아 15개 국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고, 앞으로 엘리트 노동자들의 유입이 목표인데 다문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이 부실해요. 단기사업밖에 없는 데다 이주여성들의 조기 정착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정착한 지 10년, 20년 된 나 같은 사람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도 별로 할 게 없어요. 이대로 두면 다문화를 둘러싼 사회갈등도 생길 텐데 대응책을 찾아야죠.”
이자스민 의원은 “11개 정부부처에서 다문화·이민 관련 지원을 하다보니 중복 논란이 있고 정책 혼선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장기적인 인식개선 사업은 엄두도 못 낸다”며 “다문화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정책위원회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통합해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정책 평가를 하는 실무 기구로 사무국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1년에 한두 차례 여는 회의로는 정책 조율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유럽 다문화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컨트롤타워를 통해 한국식 다문화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20년째인 그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반가웠다. 우리가 유령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온 초기만 해도 궁금증의 대상이었으나 매매혼이나 국제결혼 사기가 알려지면서 인식이 나빠져 “왜 한국에 왔느냐”고 묻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 안티 다문화 카페까지 생겨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2010년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지금까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시댁에서 시부모, 시동생 내외와 대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어머니는 ‘내가 널 모시고 산다’고 하세요. 고3 수험생인 승근이와 중2인 승연이에겐 늘 미안하죠. 국회에 들어온 후 잘 못 챙겼거든요. 다문화 가족 관련 행사가 다 주말에 있으니….”
이자스민 의원은 지난해 4월부터 물방울나눔회와 함께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꿈드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꿈이 뭔지 모르겠다는 분이 얼마 전엔 KTV 리포터가 됐다. 아이만 키우던 엄마가 대학생이 되려고 입학 지원도 했다”고 전했다.
“결혼 이주여성의 일자리 창출 문제가 시급해요. 다문화 가정 부부의 나이 차가 평균 17년입니다. 젊은 이주여성이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이가 고교에 들어가면 아버지가 퇴직하거나 사망한다는 얘기죠. 여성이 일을 못해 저소득층이 되면 아이들도 전부 저소득층으로 남아요. 이주여성 한 명에 투자하면 10년, 20년 후 이 여성이 키운 자녀 두세 명이 세금을 내는 시민이 됩니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