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국정의 중심으로 부각
지속 고용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해야
워킹맘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경력단절’ 문제가 국정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과 다음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연이어 경력단절 방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톱 어젠다’로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자회견 직후 발표한 27개 후속 과제 중에도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가 포함됐다.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대책은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이제까지는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의 재취업 중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아예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하는 ‘예방’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확연히 달라졌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도 “정책 기조를 재취업 중심에서 경력단절 예방 중심으로 옮겼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선언이 수사적인 표현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현재 여성 일자리 대부분이 임금수준과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엄마들이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도 부족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도 사용하기 어렵다”며 “경력단절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만으로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인식의 변화가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필수 요소라는 지적이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인재센터장은 “경력단절의 원인은 육아휴직 사용, 장시간 근로 문화, 남성 중심 조직, 보육, 교육정책 등 매우 복합적이어서 한 가지 정책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경력단절 문제를 중심에 놓고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강력한 의지만으로는 사회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며 “제도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나 일과 삶의 균형 등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공기업부터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 임원을 발탁하는 등 모범 사례를 만들어 민간 기업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인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회사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고, 회식에 반드시 참여하는 직원에게 높은 인사평가 점수를 주는 기업 풍토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교수는 특히 “정부가 경력단절 해소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공공 분야에서 여성임원할당제를 시행 중인 프랑스처럼 공기업에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해 여성 인재풀을 공기업 스스로 만들게 하고, 여성 임원을 많이 발탁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도 있다”며 “여성 대통령으로서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초석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경력단절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힌 만큼 앞으로 추진될 정책에 대한 워킹맘들의 기대는 크다. 법제도 보완과 함께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은 제대로 활용하고, 장시간 근로 문화는 개선해 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아예 겪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