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성희롱, 유난 떠는 모델로 낙인 찍힐까 ‘쉬쉬’
업계 열악한 환경 인식하면서도 개선 의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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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화려한 워킹을 끝낸 여성 모델이 백스테이지로 들어온다. 숨돌릴 시간조차 없다. 2분 안에 다음 워킹 때 입어야 할 옷, 신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대기해야 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반라의 상태. 다음 무대를 위해 빨리 입고 벗기를 반복해야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장에서도 자신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불편하고 음흉한 시선이 느껴진다. “프로답다”는 말을 듣기 위해선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겨야 한다. 선배들은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위로하지만 자신을 향한 몇몇 남성의 노골적인 시선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모델 경력 8년 차인 백송이(24·가명)씨는 “우리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노출되는 경우에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 해도 ‘문제아’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선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패션쇼 백스테이지 보안이 허술한 현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기 때문에 모델들이 그런 시선을 감지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티팬티 하나만 입어야 하는 현장에선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를 향한 ‘나쁜 눈’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톱 모델이라고 다르지 않다. 올해로 데뷔 17년 차인 유명 모델 장윤주씨도 과거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모델들이 옷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패션쇼 무대 뒤편에 서서 모델이 옷 갈아입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이 때문에 모델들이 노이로제에 걸려 항상 위를 확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사례는 패션쇼장이 모델 인권의 사각지대임을 말해준다. 일부 패션쇼장에는 탈의실과 일반 통로가 구분돼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모 브랜드의 패션쇼에서 헬퍼로 일한 만송이(23·가명)씨는 “모델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과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통로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는 모델을 응시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면서 “당시 모델의 벗은 몸을 천으로 가려주라는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패션쇼 주최 측도 모델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의지는 부족하다. 김동수 동덕여대 모델학과 교수는 “패션쇼 주최 측에서도 모델들의 고충을 인식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여성 모델들은 옷걸이 뒤 안 보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여건이 되는 경우 일부 톱 모델에게는 개인 탈의실이 마련되기도 한다”면서 “탈의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모델이 있지만 패션쇼 구조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더라도 상대가 불쾌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여성 모델들이 받는 수치심을 ‘프로정신’이라는 이름 아래 외면하는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악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가림막 설치 등의 비용이 들더라도 현장에서 모델들이 누려야 할 인권이라 여기고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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