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 모두 행복한 사회 만드는 성주류화 정책
최근 서울시 지하철의 손잡이 높낮이가 다양해지고, 제주도 한 마을 쉼터의 정자 높이가 기존 120㎝였던 것이 60㎝로 낮아지고, 남자 군복 중 작은 사이즈를 여군에게 지급하던 것을 여군 몸에 맞게 디자인한 군복을 만드는 등 셀 수 없이 많은 소소한 일들이 여성가족부와 기획재정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시행하고 있는 성별영향평가제도(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 약칭)와 성인지예산제도에 힘입은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성인지예산을 바꿔 말하면 성평등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이다. 성인지예산은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성을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출산 등으로 병원에서 조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남성들은 병원에 잘 가지 않기 때문에 남성들이 조기에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성별영향평가제도와 성인지예산은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 정책의 일환이다. 199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성 주류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성 주류화는 모든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설계·실행·점검·평가하는 데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혜택을 누리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전략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성 주류화는 성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모든 부서가 이에 협조하는 것이 효과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협력해야만 한다.
여성가족정책사 내지 성평등정책사의 큰 줄기 중 하나는 바로 성 주류화다. 본격적인 시작은 1995년 주우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 이후이며, 한국은 2003년부터 국가 양성평등정책의 공식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성 주류화 정책은 성별영향평가제도가 2002년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2004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5년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 2006년 기초자치단체, 2007년에는 시·도 교육청까지 실시 대상 기관이 확대됐다. 또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별도로 제정돼 2012년 3월부터 시행되면서 법적 근거가 더 강화되고 성별영향평가 대상도 각급 기관의 법령, 계획, 사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2005년 53개 기관이던 성별영향평가 실시 기관은 2012년 302개 기관으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과제 수도 85개 과제에서 1만4793개 과제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성별영향평가의 결과를 예산에 반영하면, 이것이 성인지예산이 된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양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제도”다. 중앙정부의 성인지예산제도는 2006년에 제정된 ‘국가재정법’에 기반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대상 기관과 대상 사업이 확대되어 34개 중앙행정기관, 총 275개 세부사업의 성인지예산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지방정부의 성인지예산제도는 2011년에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근거한다. 2012년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7개 기초자치단체가 총 1만1803개 사업의 2013년 회계연도 성인지예산서를 작성해 지방의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제도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지역을 성장·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여성가족부가 우리 연구원에 위탁하고 있는 중앙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와 지방의 16개 여성가족연구원들의 활약과 협력에 힘입은 바 크다. 여성가족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여성친화도시’ 사업도 큰 도움이 됐다. 2014년 1월 현재 총 50개의 시·군·구 등이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고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실질적이고 안전한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반에는 바로 성별영향평가제도와 성인지예산제도가 있다.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지속적인 확산이 예상되는 만큼 제도가 남녀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향한 여성·가족친화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