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개혁’의 성공 조건

60년 만의 푸른 말띠(靑馬)해를 맞았다. 박근혜정부는 올해 “국민의 삶에 활력과 희망이 넘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통합진보당 위헌 소송 청구, 전교조 법외 노조화, 민주노총 본부 공권력 투입,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철도노조 파업 강경 대응 등 예상을 깨고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 상태로 돌려놓지 않고는 국정 목표의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도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라고 했다. 거듭 ‘정상화’ 드라이브 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한 것이다. 5년 단임제하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2년 차에 예외 없이 새로운 국정 운영 기조를 밝히고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영삼의 세계화 구상, 노무현의 4대 개혁 입법, 이명박의 탈여의도 정치와 친서민 정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런 개혁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항상 개혁의 주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혁의 대상이라는 잘못된 시각 때문이었다. 대통령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고가는 것은 권력의 오만이다. 이런 오만한 개혁으로는 결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화 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부가 그동안 누렸던 비정상적인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자율성과 책임성을 잃은 채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면서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 여당의 무기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그동안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분이 선택하겠지” “그분이 지시 내리겠지”라면서 ‘그분’ 없인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이제부터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 지난 연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은 결국 국회가 나서서 해결했다.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합의안을 마련해 철도노조 집행부를 설득해서 끝났다. 이런 협상의 주역이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청와대에서 모두 허락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국회의 일을 청와대가 허락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정상화 개혁은 의미가 없다.

둘째, 대통령은 야당을 진심으로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12년 12월 31일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 “저는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돼서 야당과 여당이 힘을 합쳐서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따라서 청와대가 야당을 정상화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순간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셋째, 나 홀로 수첩 인사와 같은 비정상적 인사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문화일보 신년 여론조사 결과, 장관들의 업무 수행에 대한 불만족도가 60%를 넘었으며, 개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75%에 달했다. 대통령 인사가 잘못됐다는 방증이다. 올해에는 능력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대탕평과 공존에 바탕을 둔 감동 인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분명 박 대통령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추진하는 정상화 개혁의 성공 여부가 6월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 중간 평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