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주최 15대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토론회 준비팀에서

는 각 후보들에게 공통질문서를 보내기로 했다. 공통질문서는 여성

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구사항 10가지를 선택해서 후보들의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 공통질문서는 토론회 전에 후

보들에게 전달되어 토론회날에 그 답변을 후보 뒤에 써붙여서 여러

후보의 답변이 비교되도록 할 예정이다.

여성부 신설여부, 여성할당제 실시범위, 채용목표제, 산전산후 휴가

일수와 휴가비용, 주부의 독자적 연금수급권, 중고교 학교급식 실시

여부, 교육예산의 확보비율과 확보방안, 만5세 아동 무상교육 실시여

부, 호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여부 등이 공통

질문서에 포함될 내용이다.

토론회 준비는 모든 면에서 순조롭게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 했던 쥐들의 회의가 생각나는 대목이

있었다. 쥐들은 고양이를 처치하기로 의기투합 하고 묘안을 냈으나

막상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에 이르러서는 지원자가 없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은 허무맹랑한 일이 아닌데도 요즘 여성

계는 일종의 ‘침묵의 바다 ’에 잠겨 있다.

15대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 준비와 관련해 토론자 섭

외 과정에서 실감한 ‘지성인의 침묵 ’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 이유는 대개 세가지였다. 하나는 ‘정치가 싫다’는 정치 혐오에

의한 기피증, 둘째는 ‘정치를 모른다 ’는 무관심에 의한 기피증,

셋째는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개인사정에 의한 기피증이 그것이

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단체 88개가 참여하고 여성신문이 주최하는 그

야말로 여성유권자들이 총집결, 힘을 합쳐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이

다. 이러한 명분과 의미도 정치기피증에 빠진 지성인들을 설득할 수

는 없었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현실문제와 관련한 토론회

에 이런 저런 이유에서 ‘해야 한다 ’는 사명감으로 참석해 자주

방송에 얼굴을 나타내는 지성인들의 용기가 참으로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문의 속성은 이상주의. 이상의 기준으로 현실을 바라본다면 마음

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우리의 정치란 경선에서

부터 최근 비자금정국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들에게는 ‘신물나는’난

장판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정치기피증도 여성지식인들의 특징이라고 봐야 할까? 지금까

지 있었던 수많은 TV토론회를 주도해왔던 남성 학자들의 현실참여

가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이라고 이 이전투구의 현실

에 대한 실망이 없을리 없다.

여성들은 기존 토론회가 여성 패널리스트들을 한명씩 ‘끼워넣고’

있으며 여성문제를 주변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또

대선 후보들에게 여성정책 공약을 풍성히 하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 여성정책 토론회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여성중

심적’현장임에 틀림없다. 좀더 많이 아는 사람이 이런 현장에 참여

해서 지식을 나누는 일로써 여성끼리의 연대감은 한층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지금 이 시간의 정치경제 구조가 피해갈 수 없는 조건

이라면 침묵하고 기피할 일은 아닐 것이다. 보다 더 적극적인 양심

적 지성인의 현실 참여가 아쉽다.

'김효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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