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제54주년 광복절 날, 인사동에선 특이한 행사가 열
렸다.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을 주축으로 시민단체들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안’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
가운데서 사진전이 열렸다. 재일동포 1세대부터 3세대까지를 담아낸
20여 점의 사진들이 전시된 ‘재일 조선인 사진전’은 행사 이후 자
리를 옮겨 인사동 한 카페에서 8월 30일까지 계속 열리고 있다(‘살
마시 오소라’02-734-4388).
“우리가 흔히 조총련계로 알고 있는 조선적들이 꼭 친북인사들만은
아닙니다. 이들 중엔 통일된 한반도 국적을 꿈꾸기에 무국적자로 일
본사회와 한국사회의 냉대를 감수하는 일종의 민족주의자들도 있습
니다.
이처럼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후유증을 렌즈에 포착하고 싶
었고, 이를 통해 지금 내가 어디에 와있나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었
습니다.”
이번 사진전을 준비했고, 전시회에 앞서 이들 사진들을 KIN이 발행
하는 엽서에 담아내기도 한 사진작가 조여권 씨의 말이다.
조씨는 무엇보다 정신대 할머니들 삶의 흔적을 96년 여름부터 지금
까지 지속적으로 기록해온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사진첩엔 그가 찍어낸 할머니들의 수많은 모습이 첩
첩이 정리돼 있다. 한국사회 안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어떤 역사문제보다도 복잡다단하게 생각된 정신대 할머니들의 모습
을 담아내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 와중에 작년 봄 조선족 출신의 정
신대 할머니에 관한 자료수집을 위해 일본 오끼나와를 방문한 것이
재일동포 조선인을 담아내는 작업 계기가 됐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계간지 '이프'의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며 ‘명예 페미니
스트’ 평도 듣는 조씨는 “남자는 근본적으로 또 천성적으로 페미
니스트가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최대한 페미니스트 근사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란 말로써 응원을 요청하는
신세대 남성이기도 하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