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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김정일이 북한 노동당 총비서로 취임하면서 북한의 변화

조짐에 국제사회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선 북한과 미

국과의 관계가 급진전될 조짐이 보인다. 4자회담 예비모임은 별도로

하더라도 식량난 해결과 경수로 관계 등을 빌미로 한반도 관계 미국

전문가들이 뻔질나게 북한을 들락거리고 있다. 10월말께 미국정부의

식량조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50-60년대 남한국민들을 먹여살렸던

미공법 480조(PL 480)에 의한 대북식량지원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

라는 설도 나온다.이에 질세라 일본의 대북관계 개선 움직임도 드러

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의 실세인 오부치 게이조 외무장관이 지난

12일 북한과의 수교교섭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천

명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김정일의 총비서취임에 맞춰 대대적인 대

북식량지원을 발표했다. 북한도 이례적으로 곧바로 일본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수상 하시모토’대신 정식명칭인 ‘하시모토 총

리’라고 부름으로써 화답했다.

핵폐기물 수출문제로 우리측의 반발을 샀던 대만도 올해안에 북한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92년 한중수교때의

서운함이 남아있던 대만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한반도에

서 중국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외교력을 어느정도 보상받으려는 속셈

으로 보인다.

93년 핵개발 의혹속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했었고 이를 계기로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김영삼정부로서는 94년 김일성

의 사망으로 커다란 벽에 부딪쳤다. 이후 남북관계는 공전됐다. 북한

은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온힘을 기울였다.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이다. 94년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

한에 경수로를 건설해주겠다는 합의를 이루었던 제네바협정 이후 4

자회담합의까지 북한은 미국만 상대했다.

더구나 지난해 동해안에 북한잠수함이 좌초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

동결됐었다. 이러한 북한의 철저한 남한배제정책은 김정일이 아직

김일성과 같은 카리스마를 확보하지 못해 과감한 대남정책을 추진하

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따라서 당분간 김일성의

권위를 내세운 ‘유훈통치’(遺訓統治)를 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지난10일 전인민의 추대형식을 빌어 총비서에 취

임함으로써 이러한 외부의 우려를 일소했다. 그의 지위는 건재해 보

였고 앞으로 대내외 정책을 추진하는데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보인

다. 다만 만성적인 식량난 및 경제난을 어느정도 해결한 뒤 공식권

력 승계 절차를 취하려 했던 김정일로서는 아쉬웠을 것이다.김정일

의 취임을 전후로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조심스런 개방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했다. 그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본대로 미

국, 일본, 대만 등 외교만이 아니라 대남정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

다. 지난 8일 태국에서 합의한 대구-평양 항공관제소간 관제협정 체

결이 그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러시아국적기인 아에로플로트만 북

한상공통과를 허용했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병영국가, 요새국가

라는 비난을 들은 이유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 동남아기는 물론 우

리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북한영공비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대구와 평양간에 직통전화개설

이 합의돼 남북간에 실질적인 첫 라인이 설치되는 셈이다.

이런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가능성은 이미 시사저널지가 몇번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첫째가 올해안에 대대적인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 두번째는 속초와 북한의 나진.선봉간에 해상직항로가 뚫리고 나

진·선봉을 거쳐 중국의 훈춘까지 육상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남북한과 중국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이 루트를 이용해 나

진·선봉지역이 이산가족상봉장소로 이용될 예정이며 호텔설립을 위

해 대우그룹의 김우중회장이 북한을 이미 방문했다는 설이

다.

올해안에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한심한

건 비자금폭로 대선정국이다. 팽팽 돌아가는 한반도 기류는 감지도

못하고 물어뜯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이번 대통령 당선자는 ‘통

일대통령’이어야 한다. 경제보다 통일이 우선인 현실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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