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여성연예인에 낙인찍는 SNS 만행

여성 연예인들이 또다시 ‘인격 살인’의 희생양이 됐다. 최초 루머 유포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문을 퍼트렸고, 대중은 ‘퍼 나르기’와 ‘악플’로 애꿎은 여성 연예인들을 ‘성매매 연예인’으로 낙인찍었다.

사건의 발단은 최근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기업인들의 연예인 성매수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연예인의 실명이 거론된 명단이 이른바 ‘지라시’(증권가 정보지) 형태로 카카오톡·메신저 등 SNS를 통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명단이 돌면서 실체 없는 소문은 금세 기정 사실처럼 대중에게 퍼져나갔다.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난 13일부터 명단에 포함된 조혜련, 이다해, 신지, 솔비 등 여성 연예인들이 실명이 담긴 사설 정보지 최초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솔비씨는 언론사에 보낸 글을 통해 “나는 연예인이기 전에 평범한 여자이자 한 가족의 딸”이라며 “근거 없는 악의적인 글을 최초로 올리고 유포한 사람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성 연예인에 대한 악성 루머 유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루머의 유통 채널이 카카오톡, 트위터 등 다양해지고 확산력도 커지면서 루머는 과거의 소문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됐다. 루머는 SNS상에서 유포되며 또 다른 내용까지 더해지며 재생산된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최근 카카오톡 등에서 지라시 형태의 루머를 재미 삼아 친구나 가족에게 전송하는 경우도 많은 것도 문제”라며 “최초 루머 유포자뿐만 아니라 악성 루머를 또 다른 SNS로 퍼 나르고, 악플을 다는 사람도 모두 공범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인이 SNS로 루머를 보낸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바로 삭제하는 인식 전환 캠페인도 제안했다.

인터넷 등에서 루머를 보는 것 자체도 악성 루머 확산에 참여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지인이 메신저로 보낸 루머를 어쩔 수 없이 봤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루머를 보는 행위 자체도 루머 유포와 확산에 참여하는 행위이며, 개인 선택 문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악성 루머 유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은 여성 연예인들도 최초 루머 유포자를 찾아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