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배낭여행 시즌 시작… 한인 민박 ‘성추행’ 주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 사례 올라오면 ‘공감 댓글’ 줄이어
정부, 대책은 있지만 사건 재발 방지 노력 부족해
겨울 여행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은 행복과 낭만을 찾아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직장인들은 ‘바람의 딸’ 한비야와 같이 자유롭게 살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비행기에 오른다. 지난 2013년 7월 첫 방송 이후 연이어 히트를 치고 있는 tvN ‘꽃보다 할배·누나’ 시리즈도 이런 분위기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여행 전문 업체 하나투어 조사에 따르면 2013년 8월 해외여행객은 17만4000여 명으로 전년도보다 9.7% 증가했다. 그중 절반이 넘는 52%가 배낭여행객이다. 코스별로 가이드 투어를 받을 수 있는 현지 투어는 179% 급증했다. 자신이 직접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자유 배낭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여성 여행자는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 한인 민박에서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 김기현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2등서기관은 “한인 민박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피해 사례가 종종 접수된다”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인정했다. 김 서기관은 피해자들에게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가 한국인이라도 현지 경찰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며 “사건이 접수되면 현지 대사관으로부터 통역이나 변호사 선임에 대한 부분을 도움받을 수 있고, 현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경험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되기도 한다. 2013년 8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믿었던 한인 민박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 여성의 친구로 소개한 A씨는 “여행 후 민박집에 들어가자 주인이 맥주 한잔 하자고 하더라. 나는 피곤해서 쉰다고 했고 친구는 주인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갔다”고 했다. 새벽 4시쯤 잠이 깬 A씨는 술에 취해 주인과 들어오는 친구를 봤다. A씨는 주인이 친구의 바지를 반쯤 벗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놀란 그를 본 주인은 “불이 켜져 있어 꺼주려고 왔는데 친구분이 침대 밑에 있어 올려주려다 실수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이와 같은 사건이 접수되면 현지 대응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없다. 김 서기관은 “한인 민박의 경우, 해외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사업 영역이기 때문에 일일이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투숙객만 억울한 피해자가 될 뿐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노력해 가해자 처벌에 앞장서야 하지만,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사건을 마무리하는 피해자는 드물다.
지난 2013년 7월 배낭여행 수기 ‘아메리카 대륙을 탐하다’를 쓴 여행전문가 길지혜 작가는 “숙소를 예약할 때 여행 커뮤니티를 활용해 리뷰를 확인하고 여성 전용 숙소를 이용하면 더 안전하다”며 “근처에 지인이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위험에 대비하고 여행지에서의 과도한 음주는 삼가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