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정유정의 ‘28’, 고 박완서의 ‘노란 집’, 신경숙의 ‘달에게…’
독자들의 사랑 받아… 북유럽 스타일 열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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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3년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깊지만 출판계도 제법 굵직한 일들이 여럿 일어났다.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는 올해의 키워드로 ‘이야기의 힘’을 선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의 힘이 뜨는 데 여성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이야기의 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은 ‘소설의 귀환’이다.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고공행진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시장을 견인하는 두 축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올해는 ‘28’의 작가 정유정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 ‘내 심장을 쏴라’와 ‘7년의 밤’을 통해 “한국 문단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들었던 정유정은 올해 6월 ‘28’을 내놓으며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정유정은 ‘28’을 통해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 일어난 ‘빨간 눈 괴질’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드러난 인간의 본성의 추악함을 놀라운 짜임새로 보여줬다. 누군가 “정유정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관념과 사유에 집착하는 최근 한국 소설의 흐름에 반해 오로지 이야기의 힘만으로 독자들을 벼랑 끝에 올려놓는 정유정의 작품세계는 분명 새로운 현상이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다양한 인간 군상과 본성에 대한 탐구 또한 절묘하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인 정유정의 행보는 내년을 기다리게 한다. 한편 고 박완서 선생의 미발표 소설 등을 엮은 ‘노란집’도 여전히 선생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또 하나의 장르는 에세이 분야로,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손미나의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이 선전했다. 혹자는 에세이의 인기가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시대의 증후”라고 이야기하지만, 이야기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배태하는 에세이야말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또 하나의 장르는 전통의 강호 ‘로맨스 판타지’다. 출판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그랬다. 지난해 말 ‘늑대소년’을 필두로 마니아를 만들어낸 ‘나인’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의 드라마도 인기였다. 몇 해 전부터 인기인 ‘트와일라잇’ ‘헝거 게임’ 등의 시리즈에 더해 올해는 ‘섀도우 헌터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소설의 인기에도 한몫했다. ‘기획회의’는 로맨스 판타지가 대중, 특히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살아남기도, 사랑하기도 힘든 세상 속에서 어쩌면 이 시대 여성들은 세상에 없는 사랑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초인의 힘을 발휘해 사랑을 지켜내는 주인공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씁쓸하지만 오늘 우리의 현실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은 없으리라.

실용적인 측면에서 여성들의 관심을 끈 분야는 ‘북유럽 스타일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북유럽 작가들의 소설과 복지정책을 다룬 책도 제법 여럿 출간됐지만, 실제로 북유럽에 대한 관심은 ‘자기계발적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적 측면은 사라지고 ‘스칸디맘’으로 변신하자는 등 본질이 아닌 행태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수와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 등 삶의 본질이 아닌 외적 스타일만을 그대로 답습한 책들이 많았다. 북유럽 스타일이 좋다고 해서 우리 몸에 모두 잘 맞는 것은 아니다. 결국 복지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스타일’을 찾고 싶다는 독자들의 바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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