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1984년 명동 YWCA 앞에서 열린 가족법 개정 가두 캠페인.  (아래)2005년 호주제 폐지가 확정되자 여성계 인사들이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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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1984년 명동 YWCA 앞에서 열린 가족법 개정 가두 캠페인. (아래)2005년 호주제 폐지가 확정되자 여성계 인사들이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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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법개정운동 37년사’, 여성신문 DB

1990년은 근 37년간의 긴 투쟁 끝에 한국 여성의 숙원 중 하나가 이뤄진 해다. 

여성계는 1953년부터 헌법 제36조(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의 양성평등 정신에도 부합되지 않은 가족법의 문제를 제기, ‘가정법 개정’을 목표로 곧고 뚜렷하게 걸어왔다. 그 결과 1989년 12월,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한국 여성운동 역사에 있어서 큰 의미를 시사해준다. 여성의 법적 지위와 권한이 대폭 허용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친족 범위의 재조정 및 적모서자 관계와 계모자 관계시정, 이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 신설, 모의 친권규정개선 등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폐지하기로 제안돼 있었던 호주제도와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개정한 가정법의 크고 작은 족적들은 한국 여성들의 삶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개정안 이전의 가족법은 가족관계와 가정생활을 규율한다는 명목하에 철저하게 가부장제 가족제도를 바탕으로 남성 중심의 남존여비 사상에 입각해 있었다. 여성이 이혼을 하면 위자료 말고는 재산권을 요구할 수 없었다.(민법 제839조의2 재산분할청구권,1990년 신설). 전업주부에 대한 재산분할 비율이 지나치게 낮게 결정되는 관행은 당연시 했다. 또한 여성은 이혼 후 6개월 내에는 재혼을 하지 못했다(민법 제811조, 2005년 삭제).

 

여성신문은 1989년 12월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개정된 가족법의 주요 변화되는 사항, 정치계와 주요 시민·인권단체 인사들의 입장 등을 취재하고 전문가들의 특별기고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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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은 1989년 12월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개정된 가족법의 주요 변화되는 사항, 정치계와 주요 시민·인권단체 인사들의 입장 등을 취재하고 전문가들의 특별기고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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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가족법개정안 대국민 홍보에 앞장

여성신문은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가족법 개정’에 대해 많은 지면(1990년 1월 5일, 제56호)을 할애해 소개했다. 개정된 가족법의 주요 변화되는 사항(1990년 3월 23일, 제66호), 정치계와 주요 시민·인권단체 인사들의 입장 등을 취재하고 전문가들의 특별기고 등을 실었다. 

현행 민법에는 이혼 시 친권은 오직 아버지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어 어머니는 자녀를 만날 수 없거나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권리가 없어서 고통을 받아왔다. 어머니가 자녀를 맡아 기르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동거인’으로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친권 인정’은 부부가 협의해 친권을 갖도록 정하고 만약 협의가 안 될 경우 가정법원이 심판하도록 하는 등 이혼 시 실제로 자식을 기르게 되는 여성에게 친권을 갖게 했다.

또한 재산의 균등 분배는 그동안의 ‘가사노동이란 무보수 노동’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여성의 권익신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 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밑걸음이 된 것이다.

당시 여성단체연합 가족법개정특위 위원장이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호주제와 동성동본불혼제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이 법 때문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가족법개정심사소위 김광일 민주당 의원은 “친족의 범위를 남녀 간에 동일하게 설정했다는 것은 하나의 ‘혁명’이다. 여성운동단체의 선각자들에게 국민들이 나중에 찬사를 보낼 것”이라고 극찬했다.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개정안 국회 통과에도 ‘개정가족법이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등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한국일보 12‧13면에 서정우(대법원 수석재판 연구관) 판사의 특별기고 ‘새 가족법 남녀평등 집착 문제 많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 이효재)은 대책회의를 열고 반여성적 보수론자들로부터 개정 가족법을 지켜나가기로 했다(1990년 3월 30일, 제67호).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박영숙 평민당 의원은 “개정가족법에 문제가 많다는 보수적 의견들이 고개를 드는데, 어떤 법이든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계 혈통 중심 사상에 근거한 재개정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여성신문 역시 민정당 여성실을 탐방 보도해 가족법개정안 대국민 홍보에 동참했다. 민정당 여성실에서는 가족법 개정안이 조기 정착되도록 법조문을 풀어서 홍보하는 작업과 법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실사례집을 제작, 배포하는 등 가족법 강좌에 앞장섰다.

 

2005년 3월 2일. 가족법에 남아 있는 마지막 차별제도인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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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DB

2005년,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내다

1990년 가족법 개정 후 여성계의 연대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당시 단체 구성원의 성향과 지향점이 달라 냉전을 거듭하던 여성단체들도 하나가 돼 호주제 폐지를 외치며 길거리에 나섰다. 

여성신문은 이를 위해 1997년 한국여성대회장에서 선언된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에 동참하는 한편, 1998년 9월 여성·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에 참여하고 2000년엔 관련 단체들과 공동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2005년 3월 18일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가 개최한 축하연에서 여성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재차 강조되기도 했다.

2005년 3월 2일. 가족법에 남아 있는 마지막 차별제도인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신문의 보도와 여성단체들의 운동에 힘입어 드디어 2008년 민법상 가(家)를 규정함에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인 호주제가 폐지된 것이다. 멀고 먼 길을 묵묵히 걸어왔지만 결국 승리를 거둔 셈이다. 반세기 만에 이뤄낸 여성운동의 쾌거였다.

개정안에는 호주제 관련 규정 삭제 외에도 동성동본금혼제도 폐지와 여성재혼금지기간(6개월) 조항이 삭제되고 부성 원칙이라도 부부 협의하에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조항(민법 제781조 제1항)을 개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리고 2013년. 반세기에 걸쳐 펼쳐온 가족법 개정 투쟁이 막을 내리고 남녀차별의 상징이었던 호주제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이러한 사례는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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