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남편 사망한 여성들… 가부장 사회에서 친권 상실 위기 겪어
급속한 사회 변화로 한부모 가족 증가 추세… 정책 늘리고 사회인식 바뀌어야
아버지나 어머니가 사망해 한쪽 부모와 어린 자녀만 있는 가정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조선의 서예가 한석봉과 유학의 거두인 중국의 공자와 맹자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역사에 남는 큰 인물이 됐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났지만, 3년간의 참혹한 전쟁으로 전국에 전쟁 미망인(사망한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아내를 일컫는 말로 성차별 용어다)들이 많이 생겼다.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가 사망한 상태에서 홀어머니와 어린 자녀들은 극심한 빈곤과 어려움에 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쟁 후 각 가정에 홀로 된 모(母)를 상대로 친권상실 청구 사건이 많았다. 청구인은 시집 식구들이었고 피청구인은 며느리들이었다. 시집 식구들의 걱정은 홀로 된 며느리가 바람이 나서 어린 자녀들은 남겨둔 채 남편 유산인 논밭을 팔아 챙겨 다른 남자와 줄행랑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민법상 친권 상실의 사유는 ‘친권 남용, 현저한 비행, 기타 중대한 사유’인데, 홀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가 있으면 이것이 자녀에 대한 친권을 상실시킬 만한 ‘현저한 비행’인가 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여성신문 독자들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 궁금하다. 당시 판사들은 이러한 사건에서 모의 친권 상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어머니는 자녀 양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례를 보면 자녀들과 굶주림을 견디다가 남성과 한 번 성관계를 하고, 보리쌀 한 말을 받아 머리에 이고 왔다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있다. 이러한 사정이 있어 당시 판사들은 성관계가 있더라도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1960~70년대는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 급속한 사회 변화로 모자가족이 늘었고 생활보호법, 아동복지법 등을 통해 이들을 지원했다. 1982년 부녀보호사업 전국연합이 모자가족지원을 위한 법 초안을 마련했고, 198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전신인 한국여성개발원이 저소득층 모자가정 실태조사를 하면서 이를 기초로 이듬해인 1989년 드디어 ‘모자복지법’이 제정됐다. 2002년 ‘모자복지법’은 양성평등의 개념 아래 ‘모·부자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모자가족뿐 아니라 남성이 세대주인 부자가족도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양성평등 정책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지원 대상범위 확대, 특화사업 개발, 시설 종류 다양화 등으로 제도 확충이 이뤄졌고, ‘모·부자복지법’은 다시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개정돼 ‘한부모’라는 용어가 법에 반영됐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는 총 15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9.3%다. 한부모 가구가 늘면서 이들에 대한 정책도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더욱이 최근 이혼 등 가족 구조의 변화로 한부모 가족이 크게 늘면서 이들의 양육, 생계와 취업, 특히 정서적 문제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 통신문에 한부모 가족 학생의 학년, 반, 성씨가 기입돼 학생들에게 배포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한부모 가족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인식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사회적 편견에 상처 받지 않도록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이들 중에 한석봉, 공자, 맹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다정한 아빠와 엄마가 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