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페미니스트의 악몽?’
“정치 문제 개입 없이 소극적 활동” 비판
정치전문지 지적에에 여성계 발끈
엄마 직무, 흑인 여성에 대한 경시 지적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둘러싸고 때아닌 페미니스트 논쟁이 뜨겁다. 미셸 오바마를 ‘페미니스트의 악몽’으로 표현하며 그의 행보를 비판한 기사가 발단이 되어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미셸 오바마를 비판한 기사가 오히려 여성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커버스토리로 실린 ‘미셸 오바마는 어떻게 페미니스트의 악몽이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는 “아이비리그의 학력, 로펌에서의 경력, 뭐든지 해낼 듯한 슈퍼우먼의 이미지로 인해 여성들은 미셸 오바마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발언해 줄 것이란 환상을 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부인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만 미셸 오바마는 이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오바마케어 같은 중요한 정치 이슈보다 어린이 비만 해결사를 자처하는 등 소위 ‘엄마 모드’에만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흑인 여성은 논쟁적이고 호전적이라는 ‘앵그리 블랙 우먼’(Angry Black Woman)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지금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제기했다.
여성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아이비리그 고학력과 변호사 경력을 지나치게 내세우고 가정 내 문제를 중시하는 것을 폄하하려는 기사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케이블 뉴스 채널 MSNBC 사회자인 멜리사 해리스-페리는 방송을 통해 기사를 쓴 미셸 코틀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미셸 오바마가 정치 이슈에 뛰어드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앵그리 블랙 우먼’을 언급한 부분은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미셸 오바마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흑인이나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그가 노력하는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면서 “그는 ‘백인 기득권 페미니스트’가 무시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스트 뉴스 블로그 ‘페미니스팅’은 “‘폴리티코’ 기사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는 다음의 네 가지를 지켜야 한다”며 정치적 이슈만 이야기할 것, 옷을 잘 입지 말 것, 화를 조금만 낼 것, 자녀를 방치하고 모성을 부정할 것을 꼽으며 기사를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