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의 창간 9주년을 축하합니다.

아직도 곳곳에 가부장적인 남성 이데올로기가 상존하는 이 사회에 여

성의 목소리로서 여성의 뜻을 펼쳐가려는 노력을 하는 <여성신문>을

고맙게 여기며 또한 <여성신문>의 꿈이 저 가을의 은행잎처럼 곱게

물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노자는 덕경(德經)에서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

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뭇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역

성(易性)’ ‘천하의 가장 부드러운 것은 천하의 가장 단단한 것을 마

음대로 부리고 형체가 없는 것은 틈이 없는 데까지 들어가니… 편안

(偏岸)’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하나의 이미지를 얻습니다. 즉 물

방울이 그것입니다.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느리게 성취를 하며 그

러나 틈이 없는 데까지 들어가는 그것. 나는 <여성신문>은 그런 것을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구체적인 것, 그것이 오늘의

강한 남성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키며, 그러나 사회를 해체시키지는 않

으면서 여성의 삶을 위로하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것,

보다 생활에 가까이 가는 것, <여성신문>의 기사는 그렇게 부드럽게

여성의 삶을 자극하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발언

들은 오히려 읽는 사람의 반발을 사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에 빠지

게 하지는 않을런지요?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여성신문>은 보다 여

성의 현생활에 입각한 ‘부드러움’속의 강함을 보여야 한다는 저 대

로의 느낌이 들어 그러는 것입니다. 보다 생활에 입각하여, 예를 들면

여성의 현대사회에서의 직장에 대한 문제라든가, 소외된 여성들에 대

한 따뜻한 르포기사 같은 것, 또는 나름대로의 해결책과 정보, 법률상

담, 여성의 여성으로서의 인생상담 등이 그런 것들일 것입니다.

문학에 대한 기사도 보다 구체적으로 ‘전함’을 주는 그런 기사들이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내용의 다각적인 분석은 물론, 작가의 생활

구석구석을 대상으로 하는 탐방 르포 기사같은 것….

현재의 체계 물론 좋습니다. 다만 여기에 위와 같은 것들이 첨가되었

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 적어 봤습니다. <여성신문>의 앞날

에 더욱 신선한 태양이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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