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pg

한국과 미국사이에 자동차전쟁이 시작되었다. 그간 두나라를 오가며

세차례에 걸쳐 행해졌던 자동차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은 10월 1일자

로 ‘슈퍼 301조’를 발동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자동차시장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하고 무역보복조치를 무기로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본래‘슈퍼 301조’는 미국이 통상협상에서 불공정 협상대상국이라고

간주하는 국가에 대해 관세부과 등의 보복행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종합무역법상의 조문이다. 그러나 미국이‘슈퍼 301조’를 발동했다고

해서 곧바로 보복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한국

의 자동차시장 추가개방문제에 대한 본격협상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

다.

협상은 1년을 시한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서 6개월정도 연장할 수 있

다. 만약 최장 18개월 동안의 양자협상을 통해서도 타결이 이루어지

지 못할 경우 보복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그 보복조치의 시행도 당장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후 30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다. 보복조

치에는 양자간 무역협정의 정지,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부과 등이 있

으나 일반적으로 100% 보복관세 부과가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100% 보복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자동차의 미국수출은 거의 불가능해

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면 보복관세부과전에 어떻게든 협

상타결이 이루어져 왔다.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관세 인하, 조세제도 개편, 자동차

저당권설정 허용 등을 집요하게 요구한 반면,우리측에서는 이것이 입

법부 소관사항이지 협상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비록

협상이 결렬되긴 했어도 양국의 의도가 대부분 파악되어 앞으로의 본

격협상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또한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국과

무한정 통상마찰을 유발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무역

적자는 작년에 1백16억달러에 달했고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벌써 71

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실제 보복조치가 실시될 경우, 우리보다

미국측 피해가 클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슈퍼 301조’까지 발동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것은 미국차의

한국시장점유율이 겨우 0.6%수준밖에 안된다는 현실이 많이 고려된

듯하다. 또한 2천년이 되면 한국의 자동차생산능력이 연 6백만대 수준

이 되므로 이번 기회에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철저히 견제하겠다는 의

도도 다분히 깔려 있다. 한편 여태까지의 협상관행상 한국에 대해서

는 밀어부치면 항상 성공했다는 점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따라서 미

국의 ‘슈퍼 301조’ 발동에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분명

한 협상원칙과 장기적인 대비방안을 세워 대처하면 된다. 우선 이번

미국의 조치는 우리정부의 통상외교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통상외교 채널은 재정경제원, 외무부, 통상산업부 등에 분

산되어 있어 그 기능이 강력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대표

부(USTR)와 같은 단일기구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동차와

다른 상품의 대미수출을 별개의 사안으로 다루는 냉정한 대처가 요구

된다. 자동차시장의 통상마찰이 모든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통상마찰

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협상은 협상대로

최선을 다하여 임하되 미국의 보복조치가 결정되면 세계무역기구

(WTO)에 정식으로 제소하여 국제적 심판을 요구해야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자동차 시장의 본격개방에 대비하여 정부와 기

업의 현명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더 이상 관세·비관세장벽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을 보호해서

는 안된다. 보호막에만 의존하지 말고 산업합리화와 품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있는 자동차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수출도 늘어나고 국내

시장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