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 1억1000만 달러 규모 구호기금 프로젝트 시동
임신부 23만 명… 열악한 의료상황 매일 835명 출산
보건의료 사업뿐 아니라 여성폭력 방지 사업도
유엔이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의 여성들, 특히 임신부 구호에 나섰다.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지 3주의 시간이 흐른 11월 8일 현지의 피해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의료시설이 파괴되고 치안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출산을 앞둔 임신부 등 여성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11월 23일 피해 지역 여성 보호를 위한 1억1000만 달러(약 1170억원) 규모의 구호기금 마련 프로그램을 발족했다. “아기를 낳다가 죽는 여성들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며 1차로 6개월간 30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목표액으로 잡고 당사국 및 협력 기구 등에 지원을 호소했다.
UNFPA에 따르면 현재 피해 지역 내 임신부는 약 23만 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의료 서비스가 매우 취약한 가운데 매일 평균 835명의 임부가 아이를 출산하고 있다. 이번 긴급 구호자금으로 80곳의 임시 분만실과 2곳의 응급 산부인과 센터를 설치하고 34대의 구급차를 마련하는 등 임신부를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피소 여성들에게 생리대와 속옷, 비누 등이 담긴 위생용품 키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의료보건 사업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UNFPA가 인용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재해가 일어나기 전 이 지역에서 약 37만5000명의 여성들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대답했으며 최근 6만5000명이 증가했다. 치안이 취약해 여성들이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경찰팀 파견을 지원하고 4곳의 피난소를 세우며 현재 대피소 내에도 여성 전용구역을 마련하게 된다.
UNFPA는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소외된 존재”라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여성들을 도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여성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타인을 돌보는 데 앞장서는 동시에 그들에 대한 위험도 높아진다”며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구호활동은 가정과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UNFPA의 이번 프로그램은 유엔의 구호자금 증액 선언이 있고 난 후 하루 뒤 발표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1월 21일 “150만 명의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 위험에 놓여 있다”면서 구호 자금의 액수를 3억100만 달러에서 3억4800만 달러(약 3700억원)로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22일 공식 사망자 수가 5200명을 넘어서며 필리핀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는 1991년 5101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태풍 ‘델마’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또 4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으며 100만 채의 주택이 파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