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됐던 ‘낙태죄’, 합헌 결정에도 여전히 논란
사문화됐던 ‘낙태죄’, 합헌 결정에도 여전히 논란
  • 최금숙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 승인 2013.11.26 17:48
  • 수정 2013-11-3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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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최근 베트남에 다녀왔다. 공항은 물론이고 어디를 가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려 2013년 2월 현재 출산율 1.3명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부럽기만 한 모습이었다. 베트남은 둘째아이 출산까지만 허용된다고 하는데, 셋째 아이의 경우 임신 초기에는 간단한 허가증만 있으면 인공임신중절(낙태)이 허용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 아래 사실상 낙태가 쉽게 하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상 낙태를 쉽게 하던 당시에도 낙태죄가 있어 낙태를 하면 낙태한 당사자는 징역 1년, 낙태를 도와 시술한 의사 등은 2년 징역형으로 처벌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 명도 처벌받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성이 상대 남성의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를 낙태하자 남성이 낙태죄로 고발해 처벌된 적이 있을 뿐이다. 그 전까지 법과대학 형법 시간에서는 낙태죄 규정은 사문화됐다고 가르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던 규정이 살아나 처벌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낙태를 전혀 할 수 없었던 것일까? ‘모자보건법(1973.2.8)’ 규정에 낙태가 허용되는 것은 강간을 당한 경우, 임신부와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뿐이었지만, 많은 낙태가 모두가 아는 비밀처럼 행해졌다.

낙태는 여성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건강은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연결고리이면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의 여성건강 정책은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하의 가족계획사업 일환으로 제정돼 올해 40주년을 맞은 모자보건법과 그 역사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자보건법은 모성과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 출산과 양육을 도모해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모자보건법 제1조)으로 하고 있다. 최근 시대 변화에 맞게 개정된 모자보건법에 근거해 여성의 생애주기 중 임신과 출산을 아우르는 가임기 여성건강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그 기반을 다듬어가고 있다.

그런데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변동되지 않은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낙태에 관한 것이다. 낙태는 성공적 가족계획사업 촉진을 위한 산아제한 수단으로 모자보건법 제정 당시 포함됐는데, 이것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건강권 측면에서 여전히 대립돼 있다. 이에 대한 쟁점은 주로 낙태의 판단 기준과 절차, 자기결정권과 허용 범위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이는 2010년 2월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불법적으로 낙태를 하는 동료 의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회쟁점으로 더욱 부각됐다.

유럽연합(EU) 국가의 약 70%는 여성의 요청이 있을 때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 기준이 매우 제한적이라 여성 안전과 건강에 위험이 높은 불법 낙태가 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유럽의 사례가 무조건적 허용이 아님을 분명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는 낙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배포하고, 위생환경과 의료진의 교육과 훈련 등 시술에 대한 질 향상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2년 8월 23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낙태행위 처벌규정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현재보다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을 우려한 점과 “임부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더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하겠지만 여전히 여성건강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란에 있어서는 사회적 논의와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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